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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달 Enhydra lutris

물 위에 누워 배 위에서 돌로 조개를 깨 먹는 북태평양의 바다 동물이에요. 동물 가운데 가장 빽빽한 털로 체온을 지키며, 성게를 먹어 다시마 숲을 지키는 핵심종이에요.

1제곱센티미터당 약 10만 가닥 이상의 빽빽한 털돌을 도구로 써서 단단한 껍데기를 깸하루에 몸무게의 20~25%를 먹어야 함겨드랑이 주머니에 먹이와 돌을 보관다시마 숲 생태계를 지키는 핵심종

1. 개요

물 위에 등을 대고 누워 배 위에 조개를 올려놓고 돌로 톡톡 두드려 깨는 동물. 해달은 이 귀여운 모습 하나로 전 세계에 팬을 거느린 바다 동물이에요. 족제비과에 속하는 가장 무거운 동물이면서, 바다에서 거의 평생을 보내는 몇 안 되는 육식 포유류이기도 해요.

해달은 북태평양 연안, 일본 북부와 러시아 캄차카에서 알류샨 열도와 알래스카를 거쳐 캘리포니아까지 이어지는 차가운 바다에 살아요. 다른 바다 포유류와 달리 두꺼운 지방층이 없고, 대신 동물 가운데 가장 빽빽한 털로 차가운 바닷물을 견뎌요. 바로 이 털 때문에 18~19세기 모피 사냥꾼들에게 무자비하게 사냥당해 한때 1,000~2,000마리 남짓까지 줄었어요.

해달은 생태학에서 ‘핵심종’의 대표 사례로 꼽혀요. 해달이 성게를 먹어 치우면 성게가 갉아 먹던 다시마 숲이 되살아나고, 그 숲에 수많은 물고기와 바다 생물이 깃들어 살게 돼요. 작은 동물 한 종이 바다 숲 전체의 운명을 좌우하는 셈이에요.

지금은 보호 덕분에 일부 지역에서 많이 회복되었지만, 여전히 IUCN 적색목록에서 위기(EN) 종으로 분류돼요. 사랑스러운 외모와 달리 매우 까다로운 야생동물이라 개인이 기를 수 없고, 수족관에서도 키우기 어려운 동물이에요.

2. 이름과 분류

해달
Charles J. Sharp · CC BY-SA 4.0

학명은 Enhydra lutris예요. 속명 Enhydra는 그리스어로 ‘물 안에’라는 뜻이고, 종소명 lutris는 라틴어로 ‘수달’을 뜻해요. 합치면 ‘물속에 사는 수달’ 정도의 의미예요.

해달은 족제비과 수달아과에 속해요. 같은 아과에는 유라시아수달, 작은발톱수달, 남아메리카의 큰수달, 바다에도 자주 나가는 남아메리카의 바다수달(마린오터) 등이 있어요. 그중 해달은 해달속의 유일한 현생종이에요.

한국어 이름 해달(海獺)은 한자로 ‘바다 수달’이라는 뜻이에요. 이름이 비슷한 물개, 물범과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물개와 물범은 기각류로 해달과는 전혀 다른 무리예요. 또 강과 호수에 사는 수달(유라시아수달)은 한국에도 살지만 해달은 한국 바다에 자연적으로 살지 않아요.

2.1. 아종

해달은 사는 지역에 따라 세 아종으로 나뉘어요.

아종학명분포와 특징
아시아해달E. l. lutris쿠릴 열도, 캄차카, 코만도르스키예 제도, 일본 홋카이도 동부 일부. 몸집이 가장 크고 두개골이 넓음
북방해달(알래스카해달)E. l. kenyoni알류샨 열도, 알래스카 남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미국 워싱턴주
남방해달(캘리포니아해달)E. l. nereis미국 캘리포니아 중부 해안. 주둥이가 길고 이빨이 작은 편

남방해달은 모피 사냥 이후 한때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다가, 1938년 캘리포니아 빅서 해안에서 작은 무리가 다시 발견되어 화제가 되었어요.

3. 진화

수달 무리는 족제비과 안에서 약 1,000만 년 전쯤 다른 족제비류와 갈라진 것으로 추정돼요. 그 뒤 일부가 물가 생활에 적응했고, 해달 계통은 그중에서도 가장 철저하게 바다로 나간 무리예요.

해달과 가까운 멸종 친척으로는 Enhydritherium이라는 화석 동물이 있어요. 약 수백만 년 전 유럽과 북아메리카 등에 살았던 이 동물은 해달처럼 단단한 껍데기를 가진 먹이를 깨부수기에 알맞은 둥근 이빨을 가졌어요. 해달속 자체의 화석은 북태평양 연안의 약 100만~300만 년 전 지층에서 발견되는데, 그중에는 지금의 해달보다 이빨이 더 큰 멸종 종도 있어요.

해달은 바다에 적응한 기간이 고래나 물범보다 훨씬 짧아요. 그래서 지방층 대신 털로 체온을 유지하고, 앞발은 여전히 물건을 쥘 수 있는 손 모양을 유지하는 등 ‘육지 동물의 흔적’을 많이 간직하고 있어요. 고래류가 5,000만 년에 걸쳐 바다에 적응했다면, 해달은 바다 적응의 아주 초기 단계를 보여 주는 살아 있는 사례라고도 할 수 있어요.

4. 분포와 서식지

해달
Charles J. Sharp · CC BY-SA 4.0

모피 사냥 이전 해달은 일본 홋카이도와 러시아 극동에서 알류샨 열도, 알래스카, 캐나다 서해안을 거쳐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까지 북태평양의 활 모양 연안 전체에 살았어요. 사냥으로 대부분 지역에서 사라졌다가, 지금은 알래스카와 러시아, 캐나다와 미국 워싱턴주, 캘리포니아 중부 등에서 다시 살고 있어요. 캐나다와 미국 북서부의 집단은 1960~1970년대 알래스카에서 옮겨 와 정착시킨 해달의 후손이에요. 오리건주처럼 아직 해달이 돌아오지 못한 지역도 있어 재도입이 논의되고 있어요.

해달은 보통 해안에서 1~2km 이내, 수심 40m 안쪽의 얕은 바다에 살아요. 먹이를 찾으려면 바닥까지 잠수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바위가 많은 해안의 다시마 숲을 특히 좋아하고, 모래나 진흙 바닥의 만, 하구에서도 살아요. 쉬거나 잘 때는 다시마 줄기를 몸에 감아 파도에 떠내려가지 않게 해요.

해달은 땅 위에 거의 올라오지 않는 편이지만, 알래스카 해달은 바위나 해변에 올라와 쉬는 경우가 캘리포니아 해달보다 많아요. 한국 바다에는 자연적으로 살지 않아요.

5. 신체 특징

해달은 족제비과에서 가장 무겁지만, 바다 포유류로서는 작은 편이에요.

항목수컷암컷
몸길이(꼬리 포함)약 1.2~1.5m약 1~1.4m
몸무게약 22~45kg약 14~33kg
꼬리 길이약 25~37cm비슷함
갓 태어난 새끼약 1.4~2.3kg-
잠수 깊이보통 수심 5~30m, 최대 약 100m같음

몸은 원통형이고 꼬리는 짧고 납작해서 노처럼 써요. 뒷발은 크고 물갈퀴가 있어 지느러미처럼 생겼고, 헤엄칠 때 주로 이 뒷발과 꼬리를 써요. 앞발은 짧고 둥글며, 발바닥이 거칠고 접을 수 있는 발톱이 있어 먹이나 돌을 쥐는 데 능숙해요. 겨드랑이 아래에는 피부가 늘어난 주머니가 있어 잡은 먹이와 좋아하는 돌을 넣어 둘 수 있어요.

이빨은 다른 육식동물과 달리 어금니가 납작하고 둥글어서 조개나 성게의 단단한 껍데기를 으깨기에 알맞아요. 어금니가 아니라 앞니 쪽 이빨로 껍데기를 열기도 해요. 아래 앞니는 4개로, 다른 육식동물(6개)보다 적다는 것도 특징이에요.

5.1. 세상에서 가장 빽빽한 털

해달의 털은 1제곱센티미터당 약 10만~14만 가닥 정도로 추정되어, 동물 가운데 가장 빽빽해요. 사람의 머리카락이 머리 전체에 10만 가닥 남짓이라는 걸 생각하면, 해달은 손톱만 한 면적에 그만큼의 털이 나 있는 셈이에요.

털은 길고 단단한 겉털과 짧고 부드러운 속털 두 겹으로 되어 있어요. 속털 사이에 공기층이 갇혀서 바닷물이 피부에 닿지 않게 막아 줘요. 이 단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털이 늘 깨끗하고 공기를 머금고 있어야 해서, 해달은 하루의 상당 시간을 털 손질에 써요. 몸을 비틀고 털을 문지르고, 공기를 불어 넣어요. 이 때문에 기름에 털이 젖으면 단열 기능을 잃고 체온이 떨어져 목숨을 잃게 돼요.

털 색은 짙은 갈색이 기본이고, 나이가 들수록 머리와 목 주변이 회백색으로 변해요.

5.2. 뜨거운 몸

털만으로는 차가운 바다에서 체온을 지키기 부족해서, 해달은 몸속에서 열을 많이 만들어요. 기초 대사율이 비슷한 크기의 육지 포유류보다 2~3배 높다고 알려져 있어요. 근육 세포가 에너지를 일부러 ‘새게’ 만들어 열로 바꾸는 특별한 방식이 쓰인다는 연구도 있어요. 대신 그만큼 많이 먹어야 해서, 하루에 몸무게의 20~25% 정도를 먹어야 살 수 있어요. 바닷물을 마실 수 있도록 콩팥도 비슷한 크기의 동물보다 크게 발달했어요.

6. 생태와 습성

Northern sea otters (Enhydra lutris kenyoni), Tofino, Vancouver Island, BC, Canada
Northern sea otters (Enhydra lutris kenyoni), Tofino, Vancouver Island, BC, Canada
Charles J. Sharp · CC BY-SA 4.0

해달의 하루는 먹이 찾기, 털 손질, 휴식이 대부분이에요. 대체로 새벽과 해 질 무렵에 먹이 활동이 활발하고, 낮에는 물 위에 등을 대고 떠서 쉬어요. 하지만 먹이가 부족한 곳에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먹이를 찾아야 해요.

해달은 암수가 따로 무리를 짓는 경향이 있어요. 쉴 때 여러 마리가 모여 물 위에 떠 있는 무리를 ‘래프트(뗏목)’라고 부르는데, 수컷 래프트는 수백 마리가 모이기도 해요. 암컷과 새끼는 다른 곳에 따로 모여요. 번식기의 다 자란 수컷 일부는 암컷이 많이 사는 해역에 영역을 정하고 다른 수컷을 쫓아내요.

잠잘 때 해달은 서로 앞발을 잡거나 다시마를 몸에 감아요. ‘손을 잡고 자는 해달’ 영상이 유명한데, 실제로 이런 행동은 주로 사육 환경에서 촬영되었어요. 야생에서는 다시마에 몸을 감는 경우가 훨씬 흔하고, 어미와 새끼처럼 가까운 사이에서 몸을 붙이는 모습도 볼 수 있어요.

해달은 한 지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편이지만, 젊은 수컷은 수십 km를 이동해 새로운 지역을 개척하기도 해요. 이런 수컷들이 해달 분포 확장의 선발대 역할을 해요.

7. 먹이

해달은 주로 바닥에 사는 무척추동물을 먹어요. 성게, 전복, 대합류 같은 조개, 홍합, 게, 소라, 해삼, 불가사리, 문어 등을 먹고, 지역에 따라 물고기를 먹기도 해요. 알래스카의 일부 해달은 바닷새를 잡은 기록도 있어요.

먹이를 잡는 방법은 이래요. 바닥까지 잠수해 앞발로 바위 틈을 더듬어 먹이를 찾고, 겨드랑이 주머니에 넣어 수면으로 올라와요. 그리고 등을 대고 누워 배를 식탁 삼아 먹어요. 한 번 잠수하는 시간은 보통 1~2분, 길면 4~5분 정도예요.

해달의 식성은 개체마다 뚜렷한 차이가 있어요. 캘리포니아 해달을 오래 관찰한 연구에 따르면 어떤 개체는 성게만, 어떤 개체는 게나 소라만 집중적으로 먹는 ‘전문가’예요. 이런 식성은 어미에게서 새끼에게 전해지는 경향이 있어요. 먹이가 풍부할 때는 모두 좋아하는 먹이를 먹지만, 먹이가 부족해지면 개체마다 서로 다른 먹이를 전문적으로 먹어 경쟁을 피해요.

7.1. 돌을 쓰는 해달

해달은 영장류가 아닌 포유류 가운데 도구를 쓰는 대표적인 동물이에요. 배 위에 납작한 돌을 올려놓고 조개를 내리쳐 깨거나, 바닥의 전복을 돌로 두드려 떼어 내요. 마음에 드는 돌은 겨드랑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여러 번 써요. 돌 대신 병이나 다른 조개 껍데기를 쓰기도 해요.

도구를 얼마나 쓰는지는 개체마다 달라요. 껍데기가 단단한 소라나 조개를 주로 먹는 개체가 돌을 더 자주 쓰고, 성게를 주로 먹는 개체는 거의 쓰지 않아요. 연구에 따르면 수컷보다 암컷이 도구를 더 자주 쓰는데, 몸집이 작은 암컷이 이빨이 상하지 않게 힘을 보충하는 수단으로 쓰는 것으로 보여요. 해안 바위에 수백 년 동안 해달이 조개를 깨며 남긴 흔적을 고고학적 방법으로 연구한 사례도 있어요.

8. 번식과 일생

Northern sea otters (Enhydra lutris kenyoni), Tofino, Vancouver Island, BC, Canada
Northern sea otters (Enhydra lutris kenyoni), Tofino, Vancouver Island, BC, Canada
Charles J. Sharp · CC BY-SA 4.0

해달은 1년 내내 번식할 수 있지만, 지역에 따라 출산이 많은 시기가 있어요. 짝짓기를 할 때 수컷은 암컷의 코를 물어 붙잡는 습성이 있어서, 짝짓기를 마친 암컷의 코에 상처가 남는 경우가 많아요. 이 상처는 연구자들이 번식 상태를 판단하는 단서가 되기도 해요.

해달은 ‘착상 지연’을 해요. 수정된 배아가 바로 자궁에 착상하지 않고 몇 달 동안 기다렸다가 자라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래서 짝짓기부터 출산까지의 기간은 약 6~8개월이지만, 실제로 태아가 자라는 기간은 4~5개월 정도로 추정돼요. 새끼는 보통 한 마리를 물 위에서 낳아요.

단계기간특징
신생아0~1개월털이 너무 풍성해 물에 떠서 잠수를 못 함, 어미 배 위에서 지냄
학습기1~3개월수영과 잠수, 털 손질을 배우고 고체 먹이를 맛봄
의존기3~6개월스스로 먹이를 찾기 시작하지만 어미가 계속 먹이를 나눠 줌
독립약 6개월 전후어미와 헤어짐
성적 성숙암컷 3~4년, 수컷 5~6년 무렵수컷은 실제로는 더 늦게 번식에 성공

어미는 새끼를 키우는 동안 자기 먹이와 새끼 먹이를 모두 구해야 해서, 엄청난 에너지를 써요. 새끼를 독립시킬 무렵 어미가 몹시 마르거나 병에 걸리는 ‘수유 말기 증후군’이 캘리포니아 해달에서 보고되기도 했어요. 어미가 잠수할 때는 새끼를 다시마에 묶어 두거나 물 위에 띄워 두는데, 이때 새끼가 큰 소리로 우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수명은 수컷이 10~15년, 암컷이 15~20년 정도로 알려져 있어요.

9. 지능·의사소통·특별한 능력

해달은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동물로 평가받아요. 도구 사용 외에도, 사육 개체가 장난감 상자의 잠금장치를 여는 법을 빠르게 익힌 사례가 많아요. 야생에서는 어미의 먹이 선택과 사냥 기술이 새끼에게 전해지는 일종의 문화적 학습이 일어나요.

해달의 소리는 다양해요. 새끼가 어미를 찾을 때 내는 날카로운 비명 같은 울음, 만족했을 때 내는 낮은 소리, 위협을 느낄 때의 쉿 하는 소리, 으르렁거리는 소리 등이 있어요. 어미와 새끼는 서로의 목소리를 구별할 수 있는 것으로 보여요.

앞발의 촉각도 특별해요. 해달의 앞발과 수염에는 신경이 아주 많이 분포해 있어서, 탁하고 어두운 물속에서도 손끝 감각만으로 먹이를 찾아내요. 한 실험에서는 해달이 촉감만으로 아주 작은 표면 차이를 구별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물속에서의 청각은 생각보다 예민하지 않아서, 소리보다 촉각과 시각에 더 의존하는 것으로 보여요.

10. 천적과 생존

해달의 천적은 지역마다 달라요. 캘리포니아에서는 백상아리가 가장 큰 위협이에요. 백상아리는 해달을 먹으려는 것이라기보다 물범으로 착각해 시험 삼아 무는 경우가 많은데, 그 상처만으로도 해달이 죽어요. 최근 캘리포니아에서는 상어에게 물려 죽는 해달이 늘어 해달 회복을 가로막는 원인 중 하나로 꼽혀요.

알래스카와 알류샨 열도에서는 범고래가 위협이에요. 1990년대 알류샨 열도에서 해달이 급감한 원인으로, 물범과 바다사자가 줄어들자 범고래가 대신 해달을 사냥하기 시작했다는 가설이 제기되었어요. 그 결과 해달이 줄자 성게가 늘어나 다시마 숲이 황폐해졌다는 연쇄 효과가 보고되어 큰 주목을 받았어요.

육지 가까이에서는 흰머리수리가 어린 새끼를 낚아채기도 하고, 해달이 해변에 올라왔을 때는 불곰이나 코요테 같은 육식동물에게 공격받을 수 있어요. 해달은 위험을 느끼면 잠수하거나 다시마 숲 깊숙이 숨어요.

11. 인간과의 관계

북태평양 연안의 원주민들은 수천 년 동안 해달을 사냥해 털과 고기를 얻었어요. 그러나 해달의 운명을 바꾼 것은 1741년 러시아 탐험대가 베링해를 탐사하면서였어요. 탐험대가 가져간 해달 모피가 중국에서 매우 비싼 값에 팔리면서, 이른바 ‘대모피 무역’이 시작되었어요.

이후 약 170년 동안 러시아, 영국, 미국, 스페인 등 여러 나라의 사냥꾼과 상인이 북태평양 전역에서 해달을 잡았어요. 러시아인들은 알류트족 등 원주민을 강제로 동원해 사냥을 시켰고, 이 과정에서 원주민 사회도 큰 고통을 겪었어요. 해달 모피는 ‘부드러운 금’이라 불릴 만큼 귀했고, 러시아가 알래스카를 식민지로 삼은 주요 동기 가운데 하나도 해달이었어요.

수십만 마리가 잡힌 끝에 20세기 초 해달은 전 세계에 1,000~2,000마리 남짓, 10여 개의 작은 무리만 남았어요. 1911년 미국, 영국(캐나다), 러시아, 일본이 북태평양 물개 조약을 맺으면서 해달 사냥도 금지되었고, 이것이 해달 보호의 출발점이 되었어요.

해달의 회복은 사람과의 새로운 갈등을 낳기도 했어요. 해달이 전복, 성게, 게를 많이 먹기 때문에 이를 잡는 어민들과 먹이를 두고 경쟁하게 되었어요. 캘리포니아의 전복 어업이 줄어든 원인을 두고 해달과 남획 중 무엇이 더 큰지 논쟁이 있었고, 알래스카 남동부에서는 해달이 늘면서 게와 해삼 어업에 영향을 주었다는 주장이 있어요. 반대로 해달이 다시마 숲을 회복시켜 어류 자원과 관광, 탄소 흡수에 기여한다는 경제적 가치 분석도 나와 있어요.

12. 보전 현황

해달은 IUCN 적색목록에서 위기(EN)로 평가되어 있어요. 전 세계 개체 수는 대략 10만~15만 마리 안팎으로 추정되는데, 자료와 조사 연도에 따라 차이가 커요. 원래 분포 지역 가운데 상당 부분에서 아직 회복되지 못했다는 점, 특정 지역에서 급격한 감소가 있었다는 점이 위기 등급의 근거예요.

지역대략적인 상황 (자료마다 차이 있음)
알래스카가장 큰 집단, 남서부(알류샨)는 1990년대 이후 크게 감소
러시아·일본쿠릴, 캄차카, 코만도르스키예 제도에 수만 마리 규모로 추정
캐나다·워싱턴주재도입 후 꾸준히 증가
캘리포니아약 3,000마리 안팎에서 정체, 상어 피해가 큼

주요 위협 요인은 다음과 같아요.

  • 기름 유출: 1989년 알래스카 원유 유출 사고로 수천 마리가 죽은 것으로 추정되고, 지역 집단이 회복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어요. 털로 체온을 지키는 해달에게 기름은 치명적이에요.
  • 질병과 기생충: 고양이 배설물이 하수를 통해 바다로 흘러가 퍼지는 톡소플라스마 같은 병원체가 캘리포니아 해달의 주요 사망 원인 가운데 하나로 밝혀졌어요.
  • 유해 조류: 적조에서 나오는 독소가 조개에 쌓여 해달을 중독시켜요.
  • 포식 증가: 지역에 따라 범고래와 백상아리의 공격이 늘었어요.
  • 어업과의 충돌, 혼획, 서식지 오염

남방해달은 미국 멸종위기종법에 따라 위협종으로 보호받고, 북방해달 남서부 집단도 위협종으로 지정되어 있어요. 국제 거래는 CITES로 규제되는데, 남방해달은 부속서 I, 나머지 해달은 부속서 II에 올라 있어요. 한국에는 해달이 자연적으로 살지 않아 국내 법적 지위는 따로 없어요.

13. 동물원·수족관에서

해달은 수족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물 가운데 하나지만, 키우기는 매우 까다로워요. 하루에 몸무게의 4분의 1에 가까운 신선한 해산물을 먹어야 하고, 털 상태를 유지하려면 늘 깨끗하고 차가운 바닷물이 필요해요. 물이 조금만 더러워도 털이 오염되어 체온 유지가 어려워져요.

일본은 한때 전 세계에서 해달을 가장 많이 사육한 나라로, 1990년대에는 100마리가 넘는 해달이 여러 수족관에 있었어요.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가 야생 해달 반출을 제한하고, 사육 개체의 번식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수가 계속 줄어 지금은 몇 마리만 남은 상황이에요. 이는 사육 환경에서 자연 번식으로 개체 수를 유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 줘요.

긍정적인 역할도 있어요.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수족관은 바다에서 구조한 고아 해달 새끼를 사육 중인 암컷 해달이 ‘대리모’로 길러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어요. 이렇게 돌아간 해달이 야생 집단 회복에 기여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해달은 어떤 경우에도 개인이 기를 수 있는 동물이 아니에요. 인터넷에서 인기 있는 ‘수달 카페’나 수달 반려 영상에 나오는 동물은 대부분 작은발톱수달 같은 다른 수달인데, 이들도 밀렵과 불법 거래로 큰 피해를 입어 2019년 CITES 부속서 I로 올라가 상업 거래가 금지되었어요. 귀엽다는 이유로 수달이나 해달을 소비하는 것은 야생 집단을 위협하는 일이에요.

14. 대중문화 속 해달

해달은 인터넷 시대의 스타예요. 손을 잡고 떠다니는 영상, 배 위에서 조개를 깨는 영상, 털 손질을 하는 영상이 수천만 회씩 조회되었어요. 일본에서는 해달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와 캐릭터가 큰 인기를 끌었고, 한국에서도 ‘해달’은 귀여움의 대명사처럼 쓰여요. 배를 깔고 누워 있는 모습을 흉내 낸 인형이나 쿠션도 많아요.

북태평양 연안의 원주민 문화에서 해달은 오래전부터 이야기와 예술의 소재였어요. 일부 전설에서는 해달이 원래 사람이었다가 바다에서 살게 된 존재로 그려지기도 해요. 알래스카와 캐나다 원주민의 조각과 공예품에도 해달 모습이 자주 등장해요.

최근에는 캘리포니아에서 서핑하는 사람의 보드를 빼앗아 타는 한 해달이 뉴스와 SNS에서 화제가 되었어요.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장면이었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행동이 사람에게 익숙해진 해달에게 위험할 수 있고, 해달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법으로 금지된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어요. 귀여운 영상 뒤에는 야생동물과 거리를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가 함께 있어요.

15. 여담

  • 해달은 물속에서 콧구멍과 귀를 닫을 수 있어요.
  • 갓 태어난 해달 새끼는 털 속에 공기가 너무 많아서 잠수하려 해도 코르크처럼 떠올라요.
  • 해달은 먹은 뒤 몸을 물속에서 굴려 털에 묻은 음식 찌꺼기를 씻어 내요. 털 관리가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에요.
  • 해달은 오른손잡이, 왼손잡이처럼 돌을 쥐는 쪽이 있다는 관찰도 있어요.
  • 해달의 일부 뼈와 이빨은 성게를 많이 먹으면 보랏빛으로 물들기도 해요. 성게 색소가 쌓이기 때문이에요.
  • 다시마 숲은 해달 덕분에 유지되는데, 다시마 숲이 흡수하는 탄소를 계산한 연구에서는 해달의 기후 조절 효과가 상당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 캘리포니아의 해달은 1938년 재발견될 당시 50마리 안팎의 작은 무리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야생동물은 반려동물이 아니에요. 포획·거래·사육은 대부분 법으로 금지되어 있고, 다친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지역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연락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해달과 수달은 어떻게 다른가요?

둘 다 족제비과 수달아과지만, 해달은 거의 평생 바다에서 살고 물 위에 누워 지내며 몸무게가 수십 kg에 이르러요. 한국 하천에 사는 수달은 강과 호수에서 살며 엎드려 헤엄치고 몸집이 훨씬 작아요.

해달은 정말 손을 잡고 자나요?

유명한 손잡기 영상은 주로 사육 환경에서 찍혔어요. 야생 해달은 대부분 다시마 줄기를 몸에 감아 떠내려가지 않게 하고, 어미와 새끼처럼 가까운 사이에서 몸을 붙이고 쉬는 모습이 더 흔해요.

해달을 반려동물로 기를 수 있나요?

불가능하고 불법이에요. 해달은 멸종위기종이며 국제 거래가 규제돼요. 수달 카페에서 보이는 작은발톱수달 역시 밀렵 피해로 2019년 CITES 부속서 I에 올라 상업 거래가 금지되었어요.

사진 출처

사진은 위키미디어 공용(Wikimedia Commons)의 자유 이용 허락 사진이에요. 각 사진의 작가와 라이선스는 아래와 같아요.

  1. Sea Otter (Enhydra lutris) (25169790524) crop.jpg — Marshal Hedin from San Diego · CC BY-SA 2.0
  2. Northern sea otter (Enhydra lutris kenyoni) female and pup Tofino.jpg — Charles J. Sharp · CC BY-SA 4.0
  3. Northern sea otter (Enhydra lutris kenyoni) female with pup Quatsino.jpg — Charles J. Sharp · CC BY-SA 4.0
  4. Northern sea otters (Enhydra lutris kenyoni) Tofino.jpg — Charles J. Sharp · CC BY-SA 4.0
  5. Northern sea otters (Enhydra lutris kenyoni) Tofino 2.jpg — Charles J. Sharp · CC BY-SA 4.0

같은 무리의 동물

사자
사자고양잇과 가운데 유일하게 가족 무리를 이루어 사는 대형 육식동물이에요. 아프리카 사바나와 인도 기르 숲에만 남아 있고, 개체 수가 꾸준히 줄고 있어요.
포유류VU · 취약
호랑이
호랑이고양잇과에서 가장 큰 종으로, 줄무늬 덕분에 숲속에서 몸을 감추는 단독 사냥꾼이에요. 한국인에게는 산신이자 민족의 상징이지만 야생에는 수천 마리만 남았어요.
포유류EN · 위기
치타
치타순간 시속 100km 안팎을 내는 지구에서 가장 빠른 육상동물이에요. 속도를 위해 힘을 포기한 몸이라, 먹이를 다른 맹수에게 자주 빼앗겨요.
포유류VU · 취약
아프리카코끼리
아프리카코끼리현재 땅 위에 사는 동물 중 가장 크고 무거운 종이에요. 어미를 중심으로 한 가족 무리, 뛰어난 기억력, 초원을 가꾸는 생태계 엔지니어 역할로 유명해요.
포유류EN ·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