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몇 초 만에 시속 100km 가까이 가속하는 동물이 있다면 믿어지나요? 치타(Acinonyx jubatus)가 바로 그 주인공이에요. 치타는 지구에서 가장 빠른 육상동물로, 가늘고 긴 다리와 유연한 척추, 작은 머리와 가벼운 몸을 모두 '속도'라는 한 가지 목표에 맞춰 진화시켰어요. 고양잇과에 속하지만 사자·호랑이 같은 표범속과는 다른 치타속의 유일한 현생 종이에요.
이렇게 극단적인 몸에는 대가가 따라요. 치타는 같은 사바나에 사는 사자, 하이에나, 표범보다 힘이 약해서, 어렵게 잡은 먹이를 빼앗기는 일이 흔하고 새끼도 이 맹수들에게 많이 희생돼요. 게다가 유전적 다양성이 매우 낮아 질병과 환경 변화에 취약해요.
치타는 한때 아프리카 대부분과 중동, 인도까지 넓게 퍼져 있었지만, 지금은 아프리카 동부와 남부를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만 남았고, 아시아에서는 이란 중부의 극소수만 살아남았어요. IUCN 적색목록에서는 취약(VU) 등급이지만, 남은 개체 수가 매우 적어 더 높은 등급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와요.
2. 이름과 분류

영어 이름 cheetah는 힌디어 chītā에서 왔고, 그 뿌리는 산스크리트어로 '점박이' 또는 '얼룩덜룩한'을 뜻하는 말이에요. 인도에서 치타가 사냥용으로 길러지던 역사를 통해 영국인들이 이 이름을 받아들였어요. 한국어 '치타'는 영어 발음을 그대로 옮긴 외래어예요.
속명 Acinonyx는 그리스어로 '움직이지 않는 발톱'이라는 뜻으로, 치타의 발톱이 다른 고양이처럼 완전히 칼집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특징을 가리켜요. 종소명 jubatus는 라틴어로 '갈기가 있는'이라는 뜻인데, 새끼 치타의 목덜미와 등에 난 길고 부숭부숭한 털에서 따온 것으로 보여요.
치타는 고양잇과 안에서 퓨마, 재규어런디와 함께 '퓨마 계통'에 속해요. 겉모습은 표범과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아메리카 대륙의 퓨마와 더 가까운 친척이라는 점이 흥미로워요.
2.1. 아종
아종 구분은 연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2017년 IUCN 고양잇과 전문가 그룹은 다음 네 아종을 인정했어요.
| 아종 | 분포 | 상황 |
|---|---|---|
| 남아프리카치타 (A. j. jubatus) | 남부 아프리카 | 가장 많은 수가 남아 있음 |
| 동북아프리카치타 (A. j. soemmeringii) | 에티오피아·남수단 등 | 분쟁 지역이라 정보 부족 |
| 북서아프리카치타 (A. j. hecki) | 사하라·사헬 지역 | 매우 적은 수, 위급 수준 |
| 아시아치타 (A. j. venaticus) | 이란 중부 | 수십 마리 이하로 추정 |
동아프리카의 치타를 별도 아종으로 보는 견해도 있고, 남부와 동부를 하나로 묶는 견해도 있어요. 짐바브웨 등지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킹치타'는 등에 굵은 줄무늬와 큰 얼룩이 있어 한때 별종으로 여겨졌지만, 유전자 변이로 생긴 털 무늬 차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3. 진화
치타 계통의 기원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아메리카 기원설'이 화제였어요. 북아메리카에는 플라이스토세에 치타와 놀랍도록 닮은 미라킨오닉스(Miracinonyx)라는 고양이가 살았는데, 이 때문에 치타의 조상이 아메리카에서 아시아와 아프리카로 건너갔다는 가설이 나왔어요. 그러나 이후 유전자와 화석 연구에서 미라킨오닉스는 퓨마에 더 가까우며, 치타를 닮은 몸은 비슷한 환경에서 따로 진화한 '수렴 진화'의 결과라는 해석이 힘을 얻었어요.
현재 가장 유력한 설명은 퓨마 계통의 공통 조상이 아메리카와 구대륙 사이를 오가는 과정에서 치타 계통이 구대륙에서 자리 잡았다는 거예요. 아프리카와 유라시아에서는 Acinonyx 속의 화석이 약 300만 년 전 무렵부터 나타나고, 유럽과 중국에서 발견된 거대치타(Acinonyx pardinensis)는 지금의 치타보다 훨씬 크고 사자에 가까운 몸무게였을 것으로 추정돼요.
현생 치타의 유전적 다양성이 매우 낮은 것은 '병목 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해요. 약 1만 년 전 빙하기 말, 대형 동물이 대거 멸종하던 시기에 치타도 극소수만 살아남았고, 이후 그 후손들이 다시 퍼졌다는 거예요. 이보다 앞선 약 10만 년 전에도 한 차례 병목이 있었다는 연구도 있어요. 그 결과 서로 다른 치타끼리 피부를 이식해도 거부 반응이 거의 없을 정도로 유전적으로 비슷하다는 실험 결과가 1980년대에 보고되어 큰 주목을 받았어요.
4. 분포와 서식지

오늘날 치타의 대부분은 아프리카 남부와 동부에 살아요. 특히 나미비아, 보츠와나, 짐바브웨,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어지는 남부 아프리카에 전체의 절반 가까이가 몰려 있고, 케냐와 탄자니아의 세렝게티-마사이마라 생태계도 중요한 서식지예요. 사하라와 사헬 지역에는 알제리, 니제르, 차드 등에 아주 적은 수가 흩어져 있어요.
치타는 탁 트인 초원과 사바나, 관목이 드문드문 자란 반사막을 좋아해요. 빠른 질주로 사냥하려면 시야가 넓고 장애물이 적은 땅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환경에 적응해서, 나미비아의 농장 지대나 이란의 건조한 산지와 바위 지형에서도 살아요. 짙은 숲은 피하는 편이에요.
과거와 비교하면 치타의 분포는 크게 줄었어요. 원래 서식 범위의 약 9% 정도에만 남아 있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예요. 인도에서는 1950년대 초에 공식적으로 멸종했고, 아라비아반도와 중앙아시아에서도 20세기 중후반에 사라졌어요. 특히 치타의 상당수가 국립공원 같은 보호구역 밖, 농장과 목장 지대에 살고 있다는 점이 보전을 어렵게 만들어요. 보호구역 안에는 사자와 하이에나가 많아 치타가 살기 오히려 힘들기 때문이에요.
5. 신체 특징
치타의 몸은 육상 단거리 선수 그 자체예요. 가슴은 깊어 큰 심장과 폐가 들어가고, 허리는 잘록하며, 다리는 가늘고 길어요. 머리는 몸에 비해 작고 둥글어서 공기 저항을 줄여 줘요.
| 항목 | 수치 |
|---|---|
| 몸길이(꼬리 제외) | 약 1.1~1.5m |
| 꼬리 길이 | 약 60~85cm |
| 어깨높이 | 약 70~90cm |
| 몸무게 | 약 21~65kg (수컷이 약간 무거움) |
| 최고 속도 | 시속 약 93~104km (측정마다 다름) |
| 가속 | 정지 상태에서 3초 안팎에 시속 약 90km 전후 |
털은 황갈색 바탕에 지름 2~3cm의 둥글고 검은 점이 가득해요. 점의 개수는 2,000개 안팎으로 알려져 있어요. 꼬리 끝 쪽에는 점이 이어져 검은 고리 모양이 되고, 꼬리 끝은 흰색이에요. 얼굴에는 눈 안쪽에서 입가로 이어지는 검은 '눈물 줄'이 있는데, 강한 햇빛이 눈에 반사되는 것을 줄여 먼 곳을 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해요.
5.1. 속도의 비밀
치타가 빠른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첫째, 척추가 매우 유연해서 달릴 때 용수철처럼 접혔다 펴지며 보폭을 크게 늘려요. 전속력으로 달릴 때 한 걸음의 길이가 6~7m에 이르고, 1초에 약 3~4걸음을 내디뎌요. 한 걸음 사이 네 발이 모두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이 두 번이나 있어요.
둘째, 발톱이 완전히 들어가지 않아 운동화의 스파이크처럼 땅을 움켜쥐어요. 발바닥 패드도 단단하고 홈이 있어 미끄러짐을 막아요. 다만 발톱이 늘 닳기 때문에 나무를 타거나 먹이를 움켜쥐는 데는 불리해요. 앞발 안쪽의 이슬발톱만은 날카롭게 남아 있어 먹잇감을 걸어 넘어뜨리는 데 써요.
셋째, 길고 납작한 꼬리가 방향타 역할을 해요. 가젤이 갑자기 방향을 틀면 꼬리를 반대쪽으로 휘둘러 균형을 잡으며 급회전해요. 넷째, 콧구멍과 비강이 넓어 질주 중 많은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어요. 대신 송곳니가 작아서, 먹잇감의 목을 물고 있는 동안에도 숨을 쉴 수 있도록 공간이 확보돼 있어요.
실제 야생 치타의 추적 연구에서는 최고 속도보다 가속과 감속, 방향 전환 능력이 사냥 성공에 더 중요하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치타는 경주용 자동차보다 민첩한 스포츠카에 가깝다고 할 수 있어요.
6. 생태와 습성

치타는 사자나 표범과 달리 주로 낮에 활동해요. 특히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에 많이 움직이는데, 밤에 활발한 사자와 하이에나를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돼요. 한낮의 더위에는 나무 그늘에서 쉬고, 흰개미 둔덕이나 쓰러진 나무 위에 올라가 주변을 살펴요.
치타의 사회 구조는 고양잇과 중에서도 독특해요. 암컷은 새끼를 키울 때를 빼면 혼자 지내며, 수백에서 1,000㎢가 넘는 넓은 지역을 떠돌아다녀요. 수컷은 형제끼리 2~3마리가 '연합'을 이루어 평생 함께 지내는 경우가 많아요. 혈연이 아닌 수컷이 연합에 합류하기도 해요. 연합을 이룬 수컷은 혼자인 수컷보다 영역을 차지하고 지킬 가능성이 높고, 큰 먹잇감도 함께 사냥할 수 있어요. 케냐 마사이마라에서는 다섯 마리 수컷이 연합을 이루어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영역을 가진 수컷은 비교적 좁은 지역을 지키며, 눈에 잘 띄는 나무나 바위에 오줌과 배설물로 냄새 표시를 해요. 동아프리카에서는 이런 '표시 나무'를 여러 치타가 돌아가며 사용해 일종의 게시판 역할을 해요. 영역이 없는 수컷은 암컷처럼 넓은 지역을 떠돌아다녀요.
7. 먹이
치타는 몸무게 20~60kg 정도의 중소형 영양을 주로 사냥해요. 동아프리카에서는 톰슨가젤이 가장 대표적인 먹잇감이고, 남부 아프리카에서는 임팔라, 스프링복, 쿠두 새끼 등을 잡아요. 토끼, 새, 혹멧돼지 새끼 같은 작은 동물도 먹고, 수컷 연합은 누나 얼룩말의 어린 개체, 때로는 다 자란 누까지 사냥해요.
사냥은 시각에 크게 의존해요. 높은 곳에서 먹잇감을 고른 뒤 몸을 낮추고 가능한 한 가까이, 보통 50~100m 이내까지 살금살금 다가가요. 그다음 폭발적으로 질주해 먹잇감을 따라잡고, 앞발의 이슬발톱으로 뒷다리나 엉덩이를 쳐서 넘어뜨려요. 넘어진 먹잇감의 목을 물어 숨통을 막는데, 숨이 끊어질 때까지 몇 분 정도 걸려요. 사냥 성공률은 지역과 먹잇감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40~50% 수준으로, 큰 고양이 중에서는 높은 편이에요.
문제는 사냥이 끝난 직후예요. 질주 후 치타는 체온이 오르고 숨이 가빠 몇 분에서 30분 가까이 쉬어야 해요. 이 사이에 사자나 하이에나, 표범, 심지어 독수리 떼가 나타나면 먹이를 포기하고 물러나는 경우가 많아요. 일부 지역에서는 잡은 먹이의 10~15% 정도를 빼앗긴다는 연구가 있어요. 그래서 치타는 먹이를 잡으면 급히 먹고, 사자처럼 먹이 곁에 오래 머물지 않아요. 썩은 고기도 거의 먹지 않아요.
치타는 물을 자주 마시지 않아도 견딜 수 있어요. 칼라하리 사막의 치타는 며칠에 한 번 물을 마시거나, 먹잇감의 피와 체액, 츠마 멜론 같은 식물로 수분을 보충하기도 해요.
8. 번식과 일생

Joachim Huber · CC BY-SA 2.0
치타는 계절에 상관없이 번식할 수 있어요. 암컷이 발정하면 수컷들이 냄새를 따라 모여들고, 짝짓기는 짧은 기간 동안 이루어져요. 암컷은 여러 수컷과 짝짓기할 수 있어서, 한배 새끼의 아빠가 서로 다른 경우도 흔해요. 이는 유전적 다양성이 낮은 치타에게 다양성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어요.
임신 기간은 약 90~95일이에요. 암컷은 키 큰 풀숲이나 바위 틈에서 보통 3~5마리, 드물게 8마리까지 새끼를 낳아요. 갓 태어난 새끼는 무게가 약 150~300g이에요. 새끼의 등에는 길고 은회색인 털이 망토처럼 덮여 있는데, 이 모습이 사나운 꿀오소리(라텔)를 닮아 포식자를 겁주거나, 풀숲에서 몸을 감추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해요.
| 단계 | 나이 | 특징 |
|---|---|---|
| 은신처 시기 | 0~8주 | 어미가 며칠마다 은신처를 옮김 |
| 어미 따라다니기 | 2~6개월 | 고기를 먹기 시작하고 등 털이 점차 짧아짐 |
| 사냥 학습 | 6개월~1.5살 | 어미가 살아 있는 먹이를 데려와 연습시킴 |
| 독립 | 1.5~2살 | 형제끼리 몇 달 함께 지내다 흩어짐 |
| 번식 시작 | 암컷 2~3살, 수컷 3살 전후 |
새끼 치타의 사망률은 매우 높아요. 세렝게티의 연구에서는 사자와 하이에나의 공격 때문에 새끼의 90% 이상이 독립하기 전에 죽는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어요. 다만 사자가 적은 남부 아프리카의 농장 지대 등에서는 생존율이 훨씬 높아요. 야생 치타의 수명은 보통 8~12년이고, 사육 상태에서는 15년 넘게 사는 경우도 있어요.
9. 지능·의사소통·특별한 능력
치타는 사자나 호랑이처럼 포효하지 못해요. 대신 새가 우는 듯한 높은 '짹짹' 소리를 내는데, 이를 영어로 chirp라고 불러요. 어미가 흩어진 새끼를 부르거나 연합 수컷끼리 서로를 찾을 때 이 소리를 써요. 집고양이처럼 계속 가르랑거릴 수 있다는 점도 치타의 특징이에요. 그 밖에 위협할 때의 으르렁거림, 하악질, 발을 구르는 행동, 그리고 '스터터링'이라고 부르는 떨리는 소리를 짝짓기 무렵에 내요.
시력은 치타의 가장 중요한 감각이에요. 눈의 망막에는 수평으로 길게 뻗은 시각 세포 밀집 영역이 있어, 지평선을 따라 넓은 시야를 선명하게 볼 수 있어요. 덕분에 수 km 떨어진 먹잇감도 찾아낸다고 해요. 질주하는 동안에도 머리는 거의 흔들리지 않고 먹잇감에 고정되는데, 이는 내이의 평형 기관이 고도로 발달했기 때문이에요.
치타는 어미에게서 사냥을 배우는 학습 능력도 뛰어나요. 어미는 다치거나 산 채로 잡은 새끼 가젤을 새끼들 앞에 풀어 주고 직접 잡아 보게 하는데, 처음에는 실수투성이지만 점차 능숙해져요. 사육 상태에서 자란 치타는 이런 학습 기회가 없어 야생 복귀가 어려워요.
10. 천적과 생존

치타는 포식자이면서 동시에 다른 포식자의 피해자이기도 해요. 사자는 치타를 먹지 않으면서도 보이는 대로 공격해 죽이는 경우가 많고, 특히 새끼를 노려요. 점박이하이에나는 치타의 먹이를 빼앗고 새끼를 잡아먹어요. 표범도 새끼 치타를 죽이며, 다 자란 치타를 공격하기도 해요. 남부 아프리카에서는 아프리카들개 무리가 치타를 위협하기도 하고, 독수리, 맹금류는 어린 새끼를 노려요.
이런 환경에서 치타가 살아남는 방법은 '피하기'예요. 사자와 하이에나가 많은 곳을 피해 다니고, 그들이 쉬는 낮에 사냥하며, 먹이를 오래 지키지 않고 위험하면 바로 포기해요. 몸집이 작고 가벼워 큰 맹수와 싸우면 다칠 확률이 높고, 다리를 다치면 곧 굶주림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에요.
질병과 유전 문제도 위협이에요. 유전적 다양성이 낮아 한 가지 전염병이 퍼지면 많은 개체가 함께 쓰러질 수 있어요. 1980년대 미국 오리건주의 한 사육 시설에서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이 퍼져 치타 상당수가 죽은 일이 유명해요. 정자 이상 비율이 높다는 보고도 있어요.
11. 인간과의 관계
치타는 큰 고양이 가운데 사람을 공격한 기록이 매우 드물고, 비교적 쉽게 길들여지는 편이에요. 그래서 수천 년 동안 사냥 동반자로 이용됐어요. 고대 이집트 벽화에는 목줄을 한 치타가 등장하고, 중세 페르시아와 아랍 세계의 귀족들도 치타로 가젤 사냥을 즐겼어요. 가장 유명한 예는 16세기 인도 무굴 제국의 아크바르 황제로, 평생 수천 마리의 치타를 길렀다는 기록이 전해져요. 치타의 눈을 가리고 수레에 태워 사냥터로 데려간 뒤, 먹잇감이 보이면 가리개를 벗겨 달리게 했어요.
하지만 치타는 사육 상태에서 번식이 매우 어려웠기 때문에, 사냥용 치타는 거의 모두 야생에서 잡아 온 개체였어요. 이것이 인도와 중동의 치타 감소에 큰 영향을 주었어요. 아크바르 시대 수천 마리의 치타 가운데 사육 중에 태어난 새끼는 한 배뿐이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져요. 인도에서는 사냥과 서식지 파괴가 겹쳐 1950년대 초에 치타가 멸종했고, 1947년 무렵 한 지방 영주가 마지막 치타 세 마리를 사냥했다는 기록이 흔히 인용돼요.
오늘날 치타와 사람의 가장 큰 갈등은 남부 아프리카의 농장 지대에서 일어나요. 치타가 가축, 특히 염소나 양, 송아지를 잡아먹으면 농부들이 덫이나 총으로 치타를 죽였어요. 20세기 후반 나미비아에서는 이렇게 죽은 치타가 수천 마리에 이른다는 추정이 있어요.
한국에는 치타가 산 적이 없어 문화적인 인연은 거의 없어요. 다만 동물 다큐멘터리와 자동차 광고에서 '빠름'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하고, 한국 동물원에서도 꾸준히 사랑받는 동물이에요.
12. 보전 현황
IUCN 적색목록에서 치타는 취약(VU) 등급이에요. 2016년 무렵 발표된 대규모 연구에서는 야생 치타가 약 7,100마리 정도 남았다고 추정했고, 이후 다른 조사들도 대체로 6,500~7,500마리 범위의 수치를 내놓았어요. 이 연구진은 개체 수가 빠르게 줄고 있다며 위기(EN)로 등급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아시아치타와 북서아프리카치타는 위급(CR) 수준으로 평가돼요. 특히 이란의 아시아치타는 2020년대 들어 성체가 수십 마리 이하만 남은 것으로 보여요.
주요 위협 요인은 다음과 같아요.
- 서식지 감소와 단절: 치타는 넓은 지역이 필요해 땅이 조각나면 살아가기 어려워요.
- 사람과의 갈등: 가축 피해에 대한 보복 사냥이 이어져요.
- 먹잇감 감소: 야생동물 고기 사냥으로 영양 수가 줄어요.
- 불법 애완동물 거래: 소말릴란드 등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새끼를 밀렵해 아라비아반도로 밀수하는 일이 많아요.
- 도로 사고: 이란에서는 차량 충돌이 아시아치타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예요.
보호 활동 중에서 성공 사례로 꼽히는 것은 나미비아의 '치타 보전 기금(CCF)' 등이 펼친 가축 경비견 프로그램이에요. 아나톨리아 셰퍼드 같은 대형견이 가축을 지키면 치타가 접근하지 않아, 농부들이 치타를 죽일 이유가 줄어요. 또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여러 소규모 보호구역 사이에서 치타를 옮겨 유전적 다양성을 관리하는 '메타개체군' 방식이 운영돼요.
인도는 2022년 나미비아, 2023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치타를 들여와 마디아프라데시주 쿠노 국립공원에 풀어 놓는 '프로젝트 치타'를 시작했어요. 약 70년 만에 인도에 치타가 돌아왔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았지만, 아프리카 치타를 아시아에 들여오는 것이 적절한지, 공원 면적과 먹잇감이 충분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초기에 여러 마리가 감염과 질병 등으로 죽었어요. 새끼가 태어나 자라는 성과도 있어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어요.
치타는 CITES 부속서 I에 올라 있어 국제 상업 거래가 금지되며, 한국에서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관리돼요.
13. 동물원에서
치타는 오랫동안 사육 상태에서 번식시키기 가장 어려운 큰 고양이로 꼽혔어요. 암컷은 수컷과 계속 함께 지내면 오히려 짝짓기에 관심을 잃는 경향이 있는데, 야생에서 혼자 사는 암컷의 생활 방식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지금은 암컷과 수컷을 따로 지내게 하다가 발정 시기에만 만나게 하는 방식으로 번식 성공률이 크게 높아졌어요.
치타는 넓은 공간에서 달려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어서, 일부 동물원은 줄에 매단 미끼를 빠르게 움직여 치타가 전속력으로 쫓아가게 하는 '루어 코스'를 운영해요. 또 치타는 겁이 많고 스트레스에 약한 편이라, 일부 동물원에서는 어릴 때부터 개를 '동반자'로 함께 키워 불안을 줄이는 방법을 쓰기도 해요.
윤리적인 문제로는 중동 일부 지역의 애완 치타 문화, 그리고 관광객이 치타를 쓰다듬거나 함께 사진을 찍는 체험 시설이 자주 지적돼요. 이런 시설이 보전 교육을 내세우더라도, 실제로는 새끼 밀거래와 무분별한 번식을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이 있어요.
14. 대중문화 속 치타
치타는 '속도'를 상징하는 동물로 세계 곳곳의 광고와 브랜드에 등장해요. 과자 브랜드 치토스의 마스코트 체스터 치타가 대표적이고, 여러 스포츠 브랜드와 자동차 광고에서 빠르게 달리는 치타 영상이 자주 쓰여요. 단거리 육상 선수나 빠른 축구 선수에게 '치타'라는 별명이 붙는 일도 흔해요. 의족을 단 육상 선수들이 쓰는 J자 모양 경기용 의족은 치타의 뒷다리 모양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해서 '치타 블레이드'라고 불리기도 해요.
애니메이션과 영화에서도 치타는 인기 캐릭터예요.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에는 경찰서 안내 데스크의 치타 경관 클로하우저가 나오고, DC 코믹스의 원더우먼 시리즈에는 악당 치타가 등장해요. 1989년 영화 「치타」는 케냐에서 고아 치타를 키운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뤘어요.
역사적으로는 앞에서 말한 무굴 제국과 페르시아의 사냥용 치타가 그림과 세밀화에 많이 남아 있어요. 고대 이집트에서는 치타를 여신 마프데트와 연결 짓기도 했어요. 한국에서는 1980~90년대에 방영된 외국 동물 다큐멘터리를 통해 사바나를 질주하는 치타의 모습이 널리 알려졌고, 래퍼의 예명으로 쓰이기도 해요.
15. 여담
- 치타는 질주 중 체온이 크게 오른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야생 치타의 체온을 측정한 연구에서는 사냥 후보다 오히려 사냥 직전 긴장 상태에서 체온이 더 오르는 경우가 있었어요. 사냥을 포기하는 이유가 꼭 과열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는 뜻이에요.
- 치타는 고양잇과 중에서 나무를 잘 타지 못하는 편이지만, 기울어진 나무에는 올라가 주변을 살피기도 해요.
- 새끼 치타의 등에 난 은회색 갈기털은 3개월 무렵부터 점점 짧아지지만, 어른이 되어도 목덜미에 약간 남아 있어요.
- 신시내티 동물원의 치타 '사라'는 2012년 100m를 약 5.95초에 달린 기록으로 유명해졌어요. 같은 거리를 우사인 볼트는 9.58초에 달렸어요.
- 치타는 다른 큰 고양이와 달리 대부분 먹이를 낮에 잡기 때문에, 사파리 관광에서 사냥 장면을 직접 볼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형 육식동물이에요.
- 치타의 점은 털뿐 아니라 피부에도 비쳐 보여요.
- 고대 로마의 기록에서는 치타를 표범과 사자의 잡종으로 오해한 흔적도 있어요.
야생동물은 반려동물이 아니에요. 포획·거래·사육은 대부분 법으로 금지되어 있고, 다친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지역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연락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치타는 얼마나 오래 전속력으로 달릴 수 있나요?
전속력 질주는 보통 20~30초, 거리로는 수백 미터 정도예요. 체온이 급격히 오르고 근육 에너지가 바닥나기 때문에, 그 안에 잡지 못하면 대부분 포기해요.
치타와 표범은 어떻게 구별하나요?
치타는 꽉 찬 검은 점박이 무늬, 얼굴의 눈물 자국 줄, 가늘고 긴 다리가 특징이에요. 표범은 장미꽃 모양의 고리 무늬가 있고 몸이 더 두툼하고 다리가 짧으며 나무를 잘 타요.
치타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경우도 있다던데요?
일부 중동 국가에서 부의 상징으로 키우는 일이 있었지만, 이를 위해 소말릴란드 등지에서 새끼를 밀렵해 밀수하고 그중 상당수가 운송 중에 죽어요. 치타 개체군을 무너뜨리는 주요 위협 중 하나이며 대부분의 나라에서 불법이에요.
사진 출처
사진은 위키미디어 공용(Wikimedia Commons)의 자유 이용 허락 사진이에요. 각 사진의 작가와 라이선스는 아래와 같아요.
- Male cheetah facing left in South Africa.jpg — AfricanConservation · CC BY-SA 4.0
- 003 Cheetah hissing after a meal in Kalahari Desert Photo by Giles Laurent.jpg — Giles Laurent · CC BY-SA 4.0
- 1. DSC 8619 69 topaz cheetah chasing impala 8 legs in air (cropped).jpg — Clayhill1 · CC BY-SA 4.0
- A little cheetah lying on his mom A.jpg — original by Lukas Kaffer (Super.lukas); picture improved and changes by Algos · CC BY-SA 3.0
- Acinonyx jubatus -Southern Namibia-8.jpg — Joachim Huber · CC BY-SA 2.0
- Acinonyx jubatus 47zz.jpg — Photo by David J. Stang · CC BY-SA 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