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아프리카 남부의 붉은 모래 언덕 위, 뒷다리로 꼿꼿이 서서 사방을 살피는 작은 동물이 있어요. 미어캣은 바로 이 ‘보초 서는 자세’로 유명한 몽구스과 동물이에요. 몸무게가 1kg도 안 되는 작은 몸으로 사막과 건조한 초원에서 수십 마리가 무리를 지어 함께 먹이를 찾고, 새끼를 돌보고, 적을 경계하며 살아가요.
미어캣 무리는 철저한 협력 사회예요. 한 마리가 높은 곳에서 망을 보는 동안 다른 개체들은 땅을 파서 먹이를 찾고, 새끼는 부모가 아닌 형제자매와 이모, 삼촌뻘 개체들이 돌아가며 돌봐요. 하지만 이 협력의 이면에는 냉정한 권력 구조도 있어요. 무리에서 새끼를 낳는 것은 대개 우두머리 암컷 한 마리이고, 다른 암컷이 새끼를 낳으면 우두머리가 그 새끼를 죽이거나 어미를 쫓아내기도 해요.
미어캣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칼라하리에서 30년 넘게 이어진 장기 연구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야생 포유류 가운데 하나가 되었어요. 이 연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시리즈와 애니메이션 캐릭터 덕분에 대중적 인기도 높아요. 그 인기 때문에 반려동물이나 체험 카페 동물로 거래되는 일이 늘었는데, 미어캣은 무리 생활을 하는 야생동물이라 사람 집에서 행복하게 살기 어려운 동물이에요.
2. 이름과 분류

Giles Laurent · CC BY-SA 4.0
학명은 Suricata suricatta예요. 속명과 종소명이 같은 이런 학명을 ‘동어반복명’이라고 해요. suricata라는 말의 어원은 확실하지 않은데, 남아프리카 원주민 언어나 프랑스어 이름에서 왔다는 설이 있어요. 한국에서는 학명을 따라 ‘수리카타’라고 부르기도 해요.
‘미어캣’이라는 이름은 남아프리카에서 쓰는 아프리칸스어에서 왔는데, 원래는 네덜란드어로 ‘호수 고양이’라는 뜻이에요. 그런데 네덜란드어에서 이 말은 원래 어떤 원숭이를 가리키던 이름이었다고 해요. 남아프리카에 정착한 네덜란드계 사람들이 이 이름을 몽구스 무리에 붙이면서 지금의 뜻이 되었다는 설명이 일반적이에요. 이름에 ‘캣(고양이)’이 들어 있지만 고양이와는 관계가 없어요.
미어캣은 식육목 고양이아목 몽구스과에 속해요. 몽구스과 안에서 미어캣은 미어캣속의 유일한 현생종이고, 가까운 친척으로는 노랑몽구스, 줄무늬몽구스, 난쟁이몽구스 등 무리 생활을 하는 아프리카 몽구스들이 있어요. 고양이아목에 속한다는 것은 개보다 고양이, 하이에나, 사향고양이에 더 가깝다는 뜻이에요.
2.1. 아종
미어캣은 보통 세 아종으로 나뉘어요. 다만 아종 사이의 차이는 크지 않고, 분류에 대한 의견도 학자마다 조금씩 달라요.
| 아종 | 학명 | 분포 |
|---|---|---|
| 남부 미어캣 | S. s. suricatta | 남아프리카공화국 남부, 보츠와나 남부, 나미비아 남부 |
| 중부 미어캣 | S. s. majoriae | 나미비아 중부와 북부, 보츠와나 남서부 |
| 앙골라 미어캣 | S. s. iona | 앙골라 남서부 |
털 색은 지역에 따라 달라서, 건조한 남서부의 미어캣이 더 밝고 노란빛을 띠고 동쪽으로 갈수록 짙어지는 경향이 있어요.
3. 진화
몽구스과는 고양이아목 안에서 하이에나과와 가장 가까운 무리로 여겨져요. 두 무리는 약 2,000만~3,000만 년 전 사이에 갈라졌다는 추정이 많아요. 몽구스류의 조상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퍼져 있었고, 이후 아프리카에서 특히 다양하게 진화했어요.
미어캣 계통의 화석은 남아프리카의 수백만 년 전 지층에서 발견되었어요. 오늘날의 미어캣과 비슷한 화석 미어캣이 남아프리카 동굴 퇴적층에서 나왔는데, 이는 미어캣이 오래전부터 지금과 비슷한 지역에서 살아왔음을 보여 줘요. 다만 정확한 연대와 종 구분은 연구가 더 필요해요.
흥미로운 것은 몽구스과 안에서 ‘무리 생활’이 여러 번 따로 진화했다는 점이에요. 미어캣, 줄무늬몽구스, 난쟁이몽구스는 모두 무리를 지어 살지만, 유전자 계통을 보면 각자 독립적으로 사회성을 발달시켰을 가능성이 있어요. 탁 트인 사바나와 사막처럼 숨을 곳이 적고 포식자가 많은 환경에서, 여러 눈으로 함께 경계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으로 해석돼요.
4. 분포와 서식지

Roland zh · CC BY-SA 3.0
미어캣은 아프리카 남부에만 살아요. 남아프리카공화국, 보츠와나, 나미비아, 앙골라 남서부, 그리고 레소토 일부에 분포하며, 그중에서도 칼라하리 사막과 나마콸란드, 카루 같은 건조 지대가 중심이에요.
이름에 ‘사막’이 자주 붙지만, 미어캣이 사는 곳은 모래만 있는 사막이 아니라 키 작은 풀과 관목이 드문드문 자라는 반건조 사바나, 건조한 초원, 모래 언덕 사이의 평지예요. 땅이 너무 단단하거나 돌이 많으면 굴을 파기 어렵고, 풀이 너무 우거지면 포식자를 발견하기 어려워서, 적당히 단단한 흙과 탁 트인 시야가 있는 곳을 좋아해요.
미어캣 무리는 보통 수 제곱킬로미터 넓이의 영역을 가지고, 그 안에 여러 개의 굴을 마련해 돌아가며 써요. 하나의 굴에는 입구가 여러 개 있고, 땅속 터널은 깊이 1~2m 정도까지 이어져요. 굴 안은 낮에는 바깥보다 시원하고 밤에는 따뜻해서, 사막의 큰 일교차를 피하는 피난처가 돼요. 미어캣은 직접 굴을 파기도 하지만, 땅다람쥐가 판 굴을 함께 쓰거나 빼앗아 쓰기도 해요.
5. 신체 특징
미어캣은 날씬한 몸에 비해 머리가 작고, 주둥이가 뾰족해요.
| 항목 | 수치 |
|---|---|
| 몸길이(꼬리 제외) | 약 25~35cm |
| 꼬리 길이 | 약 17~25cm |
| 몸무게 | 약 0.6~1kg (성체 평균 0.7kg 안팎) |
| 갓 태어난 새끼 | 약 25~35g |
| 시력 | 넓은 시야, 하늘의 맹금류를 멀리서 발견 |
털은 회갈색이나 황갈색 바탕에 등을 가로지르는 짙은 줄무늬가 있어요. 무늬는 개체마다 조금씩 달라서 연구자들이 개체를 구별하는 데 참고하기도 해요. 꼬리는 가늘고 끝이 검으며, 뒷다리로 설 때 꼬리를 세 번째 다리처럼 써서 몸을 받쳐요.
배 쪽은 털이 듬성듬성하고 검은 피부가 드러나 있어요. 추운 아침에 미어캣이 해를 향해 배를 내밀고 서 있는 것은 이 검은 배로 햇볕을 흡수해 몸을 데우기 위해서예요. 사막의 밤은 영하 가까이 떨어질 수 있어서 이 ‘일광욕’이 하루를 시작하는 중요한 일과예요.
눈 주위에는 검은 털이 둘러져 있는데, 강한 햇빛의 반사를 줄여 주는 선글라스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져요. 눈에는 순막(제3의 눈꺼풀)이 있어 땅을 팔 때 모래로부터 눈을 보호해요. 귀는 작고 굴을 팔 때 접을 수 있어 흙이 들어가지 않아요. 앞발에는 길이 2cm에 가까운 굽은 발톱이 있어 단단한 흙도 빠르게 파헤쳐요.
6. 생태와 습성

Francis C. Franklin · CC BY-SA 3.0
미어캣은 낮에 활동하는 주행성 동물이에요. 해가 뜨면 굴 밖으로 나와 일광욕을 하고, 몸이 데워지면 무리가 함께 먹이를 찾아 이동해요. 한낮의 뜨거운 시간에는 그늘이나 굴 안에서 쉬고, 오후에 다시 먹이를 찾다가 해가 지기 전에 굴로 돌아가 잠을 자요.
무리의 크기는 보통 10~30마리 정도이고, 많을 때는 40~50마리에 이르러요. 무리의 중심은 우두머리 암컷과 우두머리 수컷 한 쌍이며, 나머지는 대부분 그 자손이나 다른 무리에서 들어온 수컷이에요. 우두머리 암컷은 몸집이 크고 다른 개체를 지배하며, 무리 전체의 이동과 굴 선택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아요.
6.1. 보초와 협동
미어캣의 가장 유명한 행동은 ‘보초 서기’예요. 무리가 먹이를 찾는 동안 한 마리가 흙더미나 바위, 관목 위로 올라가 몇 분에서 수십 분 동안 주변을 살펴요. 보초는 위험이 없을 때도 조용한 ‘이상 없음’ 신호를 계속 내서, 땅을 파는 동료들이 고개를 덜 들고 먹이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줘요.
예전에는 보초가 자기를 희생하는 이타적 행동이라고 여겨졌는데, 연구 결과는 조금 달랐어요. 미어캣은 배가 부를 때 보초를 서는 경향이 있고, 보초는 위험을 가장 먼저 발견해 가장 먼저 도망칠 수 있는 위치이기도 해요. 자기 이익과 무리의 이익이 겹치는 행동이라는 해석이에요.
새끼 돌보기도 협동이에요. 새끼가 태어나면 무리의 일부가 굴에 남아 새끼를 지키는 ‘보모’ 역할을 하고, 새끼가 굴 밖으로 나온 뒤에는 ‘도우미’들이 잡은 먹이를 새끼에게 나눠 줘요. 젖이 나오는 보모 암컷도 있는데, 자신은 새끼를 낳지 않았는데도 우두머리의 새끼에게 젖을 먹여요.
6.2. 무리 간 전쟁
미어캣은 다른 무리에게는 매우 공격적이에요. 영역 경계에서 두 무리가 마주치면 꼬리를 세우고 털을 부풀린 채 한꺼번에 뛰어오르며 상대를 위협하는 ‘전쟁 춤’을 춰요. 위협이 실패하면 실제 싸움으로 번지고, 개체가 죽거나 새끼가 죽임을 당하기도 해요.
2016년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포유류 1,000여 종의 비교 연구에서는 미어캣이 같은 종에게 죽임을 당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포유류 가운데 하나로 나타났어요. 이 비율이 약 5마리 중 1마리꼴이라는 추정이 나와 화제가 되었는데, 무리 사이의 싸움과 무리 안에서의 새끼 살해가 모두 포함된 수치예요. 귀여운 외모와 달리 미어캣 사회는 꽤 거칠어요.
7. 먹이
미어캣은 주로 곤충을 먹는 식충성 동물이에요. 딱정벌레와 그 애벌레, 나비와 나방의 애벌레, 흰개미, 메뚜기, 귀뚜라미 등을 많이 먹고, 거미, 전갈, 지네, 작은 도마뱀, 뱀, 작은 새와 알, 작은 설치류도 먹어요. 수분이 많은 식물 뿌리나 덩이줄기, 사막 멜론을 먹기도 하는데, 물이 귀한 환경에서 수분을 보충하는 수단이 돼요.
먹이를 찾을 때는 코를 땅에 대고 냄새를 맡으며 돌아다니다가, 냄새가 나는 곳을 앞발로 빠르게 파헤쳐요. 미어캣은 자기 몸무게만큼의 흙을 몇 초 만에 파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먹이 대부분은 땅속에 숨어 있어서, 하루 중 몇 시간을 땅파기에 써요.
미어캣의 먹이 목록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전갈이에요. 미어캣은 전갈 독에 어느 정도 저항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완전한 면역은 아니에요. 그래서 전갈을 잡으면 먼저 독침이 있는 꼬리를 물어 떼어 내거나 모래에 문질러 독을 없앤 뒤 먹어요. 독사도 무리가 함께 공격해 잡아먹는 경우가 있어요.
7.1. 선생님 미어캣
2006년 발표된 연구는 미어캣이 새끼에게 사냥을 ‘가르친다’는 사실을 보여 줘 큰 화제가 되었어요. 도우미 미어캣은 아주 어린 새끼에게는 죽은 전갈을 주고, 조금 큰 새끼에게는 독침을 제거한 산 전갈을, 더 큰 새끼에게는 독침이 그대로 있는 산 전갈을 줘요. 새끼의 나이와 실력에 맞춰 단계적으로 어려운 먹이를 주는 거예요.
연구자들은 이 행동이 학습을 돕기 위해 가르치는 쪽이 비용을 들이는 ‘교습’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보았어요. 사람이 아닌 포유류에서 이런 형태의 가르침이 실험으로 확인된 드문 사례예요.
8. 번식과 일생

미어캣 무리에서 새끼의 대부분, 연구에 따라 80% 이상을 우두머리 암컷이 낳아요. 우두머리 수컷도 무리 새끼의 대부분의 아버지이지만, 하위 암컷이 무리 밖에서 온 수컷과 몰래 짝짓기하는 경우도 있어요.
임신 기간은 약 60~70일이고, 한 번에 보통 3~5마리, 많게는 7마리 정도를 낳아요. 조건이 좋으면 1년에 3~4번까지 출산할 수 있어요. 비가 와서 먹이가 많은 해에는 번식이 활발하고, 가뭄이 들면 번식이 크게 줄어요.
| 단계 | 나이 | 특징 |
|---|---|---|
| 신생아 | 0~3주 | 눈과 귀가 닫힌 채 태어남, 굴 안에서 보모가 지킴 |
| 첫 외출 | 약 3~4주 | 굴 밖으로 나와 무리를 따라다니기 시작 |
| 먹이 받기 | 1~3개월 | 도우미에게 먹이를 받으며 사냥을 배움 |
| 독립 섭식 | 약 3개월 이후 | 스스로 먹이를 찾음 |
| 성적 성숙 | 약 1년 | 하위 개체는 대개 번식 기회가 제한됨 |
하위 암컷이 임신하면 우두머리 암컷이 그 암컷을 괴롭히고 무리에서 쫓아내는 ‘추방’이 자주 일어나요. 추방된 암컷은 스트레스 때문에 유산하기도 해요. 반대로 우두머리 암컷이 임신했을 때 하위 암컷이 먼저 출산하면, 우두머리가 그 새끼를 죽이는 일도 있어요. 수컷은 보통 2~4살 무렵 다른 무리로 옮겨 가서 번식 기회를 노려요.
야생에서의 수명은 보통 몇 년에 불과하고, 최대 10년 안팎이에요. 포식자, 무리 간 싸움, 가뭄 같은 위험이 많기 때문이에요. 사육 상태에서는 12~14년 정도까지 살기도 해요.
9. 지능·의사소통·특별한 능력
미어캣은 다양한 소리로 의사소통해요. 연구자들이 구분한 울음 종류는 30가지가 넘어요. 먹이를 찾으며 서로 위치를 알리는 낮은 ‘접촉 울음’, 새끼가 먹이를 조르는 소리, 보초의 ‘이상 없음’ 신호, 그리고 다양한 경계 울음이 있어요.
특히 경계 울음은 매우 정교해요. 미어캣은 포식자의 종류에 따라 다른 경계음을 내요. 하늘의 맹금류를 보면 내는 소리를 들으면 무리는 즉시 가까운 굴이나 덤불로 숨고, 땅 위의 자칼 같은 포식자에 대한 소리를 들으면 한데 모여 경계하며 이동해요. 뱀을 발견했을 때의 소리를 들으면 오히려 무리가 모여들어 털을 부풀리고 뱀을 위협하는 ‘몰아내기’를 해요. 같은 포식자라도 위험이 얼마나 급한지에 따라 소리가 달라져요. 동물이 소리로 포식자의 종류와 위험 정도를 동시에 전달한다는 것은 언어의 기원 연구에서도 관심을 받는 주제예요.
미어캣은 주변 동물의 경계음도 이용해요. 같은 지역에 사는 새들의 경고 소리를 듣고 반응하기도 하는데, 이를 역이용하는 새도 있어요. 남아프리카의 한 새는 미어캣의 경계음을 흉내 내어 미어캣이 먹이를 버리고 도망가게 만든 뒤 그 먹이를 가로채요.
미어캣의 시력은 낮 동안 매우 좋아서, 하늘 높이 나는 맹금류를 사람보다 훨씬 먼저 발견해요. 후각도 예민해서 땅속 수십 센티미터 아래의 먹이 냄새를 맡고, 냄새로 무리 구성원과 다른 무리를 구별해요.
10. 천적과 생존
작은 몸집 때문에 미어캣을 노리는 포식자는 많아요. 가장 위협적인 것은 하늘의 맹금류로, 흰배줄무늬수리 같은 독수리류, 매, 수리부엉이 등이 있어요. 땅 위에서는 자칼, 아프리카살쾡이, 카라칼, 큰 뱀(케이프코브라, 퍼프애더 등)이 미어캣을 노려요. 특히 새끼는 다른 미어캣 무리나 포식자에게 쉽게 희생돼요.
미어캣의 생존 전략은 ‘발견하고, 알리고, 숨는 것’이에요. 보초가 위험을 일찍 발견하고, 정교한 경계음으로 알리면, 무리는 영역 곳곳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비상 굴로 순식간에 숨어요. 한 무리의 영역 안에는 이런 피난용 굴이 수백 개에 이를 수 있어요.
도망칠 곳이 없을 때는 무리가 한데 뭉쳐 털을 곤두세우고, 등을 굽히고, 이빨을 드러내며 한 마리의 큰 동물처럼 보이게 해요. 어미나 보모는 맹금류가 다가오면 새끼 위에 몸을 덮어 보호하기도 해요.
가뭄도 큰 위협이에요. 비가 오지 않으면 곤충이 줄어들어 굶주림과 번식 실패가 이어지고, 무리 전체가 사라지기도 해요. 결핵 같은 질병이 무리 안에 퍼져 무리가 무너지는 사례도 칼라하리에서 기록되었어요.
11. 인간과의 관계
남아프리카 원주민 사회와 이후 정착민들에게 미어캣은 익숙한 이웃이었어요. 일부 지역에서는 미어캣이 해로운 곤충과 뱀을 잡아 주는 동물로 환영받았고, 남아프리카의 민간에서는 미어캣이 마을과 가축을 맹수로부터 지켜 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해요.
반면 미어캣은 광견병을 옮길 수 있는 동물로 여겨져 20세기 중반 남아프리카에서 다른 몽구스류와 함께 대규모 박멸 대상이 되기도 했어요. 농장 주변에서 독극물이나 굴 훈증으로 많은 몽구스가 죽었어요. 지금은 광견병 전파에서 미어캣의 역할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시각이 많아요.
미어캣과 사람의 관계를 가장 크게 바꾼 것은 과학 연구예요. 1993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칼라하리의 한 보호구역에서 시작된 장기 연구는 수십 개 무리의 수천 마리 미어캣을 개체별로 추적해 왔어요. 연구자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미어캣을 사람에게 익숙하게 만들어, 바로 옆에서 관찰하고 체중을 재고 행동을 기록할 수 있게 했어요. 이 연구에서 협동 번식, 교습, 경계음, 스트레스와 노화에 관한 수백 편의 논문이 나왔어요.
오늘날에는 칼라하리와 나미비아 등에서 사람에게 익숙해진 미어캣 무리를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생태 관광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관광은 지역 경제와 보전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리면 미어캣의 생활을 방해할 수 있어서 인원과 거리를 제한하는 것이 중요해요.
12. 보전 현황
미어캣은 IUCN 적색목록에서 관심대상(LC)으로 평가되어 있어요. 분포 범위가 넓고 보호구역 안팎에 비교적 흔하게 살며, 전체 개체 수가 크게 줄고 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에요. 전 세계 개체 수를 정확히 센 자료는 없지만, 지역에 따라 1제곱킬로미터당 수 마리에서 십여 마리 정도의 밀도로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하지만 몇 가지 우려는 있어요.
- 기후 변화: 칼라하리의 장기 연구에서는 기온이 오르고 가뭄이 잦아지면서 미어캣의 체중 증가가 느려지고, 번식이 줄고, 무리가 사라지는 사례가 늘었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미어캣은 기후 변화가 사막 포유류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여 주는 지표 동물로 주목받고 있어요.
- 서식지 변화: 과도한 방목과 농지 개간이 일부 지역의 서식지를 바꾸고 있어요.
- 질병: 결핵이 일부 집단에서 큰 피해를 줬어요.
- 반려동물 거래: 야생에서 잡거나 사육 번식한 미어캣이 해외로 팔려 나가는 일이 늘고 있어요.
미어캣은 CITES 부속서에 올라 있지 않아요. 한국에서도 별도의 보호종 지정은 없지만, 2023년 개정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동물원·수족관으로 허가받지 않은 시설에서 살아 있는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었어요. 이른바 야생동물 카페는 유예 기간을 거쳐 정리되는 중이에요. 세부 내용과 유예 기간은 법령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아요.
13. 동물원에서와 반려동물 문제
미어캣은 세계 여러 동물원에서 인기 있는 동물이에요. 무리를 지어 활발하게 움직이고 보초를 서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어서 관람객의 사랑을 받아요. 좋은 동물원은 미어캣이 굴을 팔 수 있도록 깊은 흙을 깔고, 높은 곳에 올라 망을 볼 수 있는 구조물과 햇볕을 쬘 수 있는 열 램프를 마련해요. 먹이도 살아 있는 곤충을 흙에 숨겨 주어 땅파기 본능을 충족시키도록 해요.
사육 환경에서도 미어캣의 사회 문제는 그대로 나타나요. 우두머리 다툼으로 개체가 다치거나 무리에서 쫓겨나는 일이 생겨서, 사육사들은 무리 구성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해요. 또 하늘을 보면 경계 행동을 하기 때문에, 위에서 새가 자주 지나가거나 드론이 나는 환경은 스트레스가 될 수 있어요.
미어캣을 반려동물로 기르는 것은 권하지 않아요.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아요.
- 무리 생활 동물이라 혼자 또는 한두 마리로 기르면 큰 스트레스를 받아요.
- 하루 종일 땅을 파고 물건을 물어뜯는 습성이 있어 실내 생활과 맞지 않아요.
- 냄새 표시를 위해 분비샘을 문지르고, 화장실 훈련이 어려워요.
- 낯선 사람이나 다른 동물에게 공격적일 수 있고, 물리면 상처가 깊어요.
- 광견병과 기생충 등 사람과 동물이 함께 걸리는 질병의 위험이 있어요.
- 이색 반려동물 수요가 야생 포획이나 열악한 번식장을 부추겨요.
일본과 중동 일부 지역, 그리고 한국의 이른바 동물 체험 카페에서 미어캣이 많이 거래되었지만, 사람 손에 계속 만져지고 좁은 공간에 갇힌 미어캣은 털 빠짐, 공격성, 정형 행동 같은 스트레스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있어요. 미어캣을 사랑한다면 야생이나 좋은 환경의 동물원에서 무리 생활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14. 대중문화 속 미어캣
미어캣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것은 1994년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수다스러운 미어캣 캐릭터예요. 혹멧돼지 친구와 함께 ‘걱정하지 마’라는 노래를 부르는 이 캐릭터는 세대를 넘어 사랑받으며, 많은 사람에게 미어캣의 첫인상이 되었어요. 실제 미어캣은 혹멧돼지와 친구가 아니고, 무리 없이 혼자 사는 일도 거의 없다는 점은 애니메이션과 다른 부분이에요.
2005년부터 영국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시리즈는 칼라하리 연구 무리의 실제 미어캣들을 드라마처럼 소개해 큰 인기를 끌었어요. 우두머리의 죽음, 권력 다툼, 무리 간 전쟁 등 실제 사건이 담겨 ‘미어캣 버전 드라마’로 불렸고, 미어캣의 복잡한 사회를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어요.
영국에서는 한 가격 비교 웹사이트가 러시아 귀족풍의 미어캣 캐릭터를 광고 모델로 내세워 엄청난 인기를 끌었어요. ‘비교(compare)’와 ‘미어캣’의 발음이 비슷하다는 말장난에서 시작된 광고였는데, 캐릭터 인형과 책까지 나오며 문화 현상이 되었어요.
한국에서도 ‘미어캣처럼 고개를 든다’는 표현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피는 모습을 묘사할 때 쓰여요. 단체 사진에서 모두 같은 방향을 쳐다보는 모습이나, 뒤를 돌아보는 사람들을 미어캣에 비유하는 밈도 인기가 많아요.
15. 여담
- 미어캣 무리는 영어로 ‘몹(mob)’, ‘갱(gang)’, 또는 ‘클랜(clan)’이라고 불려요.
- 미어캣은 일어서면 키가 30cm 남짓이지만, 이 자세로 수백 미터 떨어진 맹금류를 발견할 수 있어요.
- 칼라하리 연구에서는 미어캣이 체중계 위에 스스로 올라가도록 훈련해, 매일 몸무게를 기록할 수 있었어요. 보상은 삶은 달걀 부스러기나 물 몇 방울이었다고 해요.
- 우두머리 암컷은 우두머리가 되면 몸이 더 자라는 ‘2차 성장’을 해요. 경쟁자보다 더 크게 자라는 것이 지위를 지키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에요.
- 미어캣은 물을 거의 마시지 않고, 먹이에서 대부분의 수분을 얻어요.
- 같은 굴에서 노랑몽구스나 땅다람쥐와 함께 사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해요.
- 미어캣의 꼬리는 서 있을 때 균형을 잡는 데 쓰이지만, 물건을 감아 쥐지는 못해요.
야생동물은 반려동물이 아니에요. 포획·거래·사육은 대부분 법으로 금지되어 있고, 다친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지역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연락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미어캣은 고양이의 한 종류인가요?
아니에요. 이름은 네덜란드어 ‘호수 고양이’에서 왔지만 미어캣은 몽구스과 동물이에요. 고양이아목에 속해 개보다는 고양이, 하이에나에 더 가까운 친척이긴 해요.
미어캣은 전갈 독에 면역인가요?
어느 정도 저항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완전한 면역은 아니에요. 그래서 전갈을 잡으면 먼저 독침을 물어 떼어 내거나 모래에 문질러 없앤 뒤 먹어요.
미어캣을 집에서 기를 수 있나요?
권하지 않아요. 수십 마리가 함께 사는 무리 동물이라 혼자 기르면 큰 스트레스를 받고, 땅파기·냄새 표시·물기 문제가 있으며 질병 위험도 있어요. 한국에서는 허가받지 않은 시설의 야생동물 전시도 법으로 제한되고 있어요.
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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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erkat (Suricata suricatta) Tswalu.jpg — Charles J. Sharp · CC BY-SA 4.0
- 112 Meerkat standing in the Kalahari Desert of Namibia Photo by Giles Laurent.jpg — Giles Laurent · CC BY-SA 4.0
- 50 Jahre Knie's Kinderzoo - Suricata suricatta (Erdmännchen) 2012-10-03 16-27-22.JPG — Roland zh · CC BY-SA 3.0
- Baby Meerkats.jpg — Francis C. Franklin · CC BY-SA 3.0
- Erdmännchen (107684825).jpeg — Kai Christian Ewers · CC BY-SA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