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동남아시아의 열대우림 꼭대기에는 붉은 털을 가진 커다란 유인원이 살아요. 바로 오랑우탄이에요. 오랑우탄은 아시아에 사는 유일한 대형 유인원이고, 평생의 대부분을 나무 위에서 보내는 동물 가운데 가장 큰 포유류예요. 땅에 거의 내려오지 않고 나무와 나무 사이를 천천히 건너다니며, 매일 밤 나무 위에 잠자리를 새로 만들어요.
오랑우탄은 보르네오섬과 수마트라섬에만 살고, 현재 보르네오오랑우탄, 수마트라오랑우탄, 타파눌리오랑우탄의 세 종으로 나뉘어요. 이 가운데 타파눌리오랑우탄은 2017년에야 새로운 종으로 발표되었고, 남은 개체가 1,000마리도 안 되는 것으로 추정돼 대형 유인원 가운데 가장 희귀해요.
오랑우탄은 다른 유인원과 달리 대부분 혼자 지내요. 어미와 새끼 사이의 유대는 매우 길어서, 새끼는 7~8년 가까이 어미 곁에서 숲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요. 이렇게 번식 속도가 느린 데다 기름야자 농장 개발과 산불, 밀렵으로 숲이 빠르게 사라지면서, 세 종 모두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위급(CR)' 등급에 올라 있어요.
2. 이름과 분류

Eric KilbyAiwokTim Laman · CC BY-SA 3.0
'오랑우탄'은 말레이어 '오랑 후탄(orang hutan)'에서 온 이름으로, '숲의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말레이어에서 오랑은 사람, 후탄은 숲을 뜻해요. 영어에서는 orangutan, orang-utan 등 여러 표기가 쓰이고, 한국어에서는 '오랑우탄'으로 굳어졌어요. 원래 현지에서 이 말이 꼭 이 유인원만 가리켰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오랑우탄은 사람과(Hominidae) 오랑우탄속(Pongo)에 속하며, 아프리카의 유인원들과 달리 오랑우탄아과(Ponginae)라는 별도의 무리를 이뤄요.
| 종 | 학명 | 분포 | 비고 |
|---|---|---|---|
| 보르네오오랑우탄 | Pongo pygmaeus | 보르네오섬(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 세 아종으로 나뉨 |
| 수마트라오랑우탄 | Pongo abelii | 수마트라섬 북부 | 몸이 가늘고 털이 밝음 |
| 타파눌리오랑우탄 | Pongo tapanuliensis | 수마트라섬 북부 바탕토루 숲 | 2017년 신종 발표 |
보르네오오랑우탄은 다시 세 아종으로 나뉘어요. 북서부의 P. p. pygmaeus, 중부와 남서부의 P. p. wurmbii, 북동부의 P. p. morio예요. 북동부 아종은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고, 중부 아종은 가장 크다고 알려져 있어요.
타파눌리오랑우탄은 처음에는 수마트라오랑우탄의 한 집단으로 여겨졌어요. 그러나 두개골과 이빨 형태, 긴 울음소리,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별개의 종으로 인정되었고, 놀랍게도 유전적으로는 가까운 수마트라오랑우탄보다 보르네오오랑우탄 쪽과 더 오래된 공통 조상을 공유하는 독특한 계통으로 밝혀졌어요.
3. 진화
오랑우탄의 조상은 사람·침팬지·고릴라의 공통 조상에서 가장 먼저 갈라져 나왔어요. 그 시기는 대략 1,200만~1,600만 년 전 무렵으로 추정돼요. 인도와 파키스탄 등지에서 발견된 시바피테쿠스라는 고대 유인원은 얼굴 구조가 오랑우탄과 매우 닮아서, 오랑우탄 계통의 초기 친척으로 여겨져요.
역사상 가장 큰 영장류로 알려진 기간토피테쿠스도 오랑우탄과 가까운 친척이에요.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거대한 이빨과 턱뼈 화석으로만 알려진 이 동물은, 2019년 이빨 법랑질의 단백질 분석을 통해 오랑우탄 계통과 가깝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어요. 기간토피테쿠스는 수십만 년 전에 멸종했어요.
오랑우탄은 지금은 두 섬에만 살지만, 플라이스토세에는 중국 남부, 베트남, 라오스, 자바 등 동남아시아 본토와 여러 섬에 널리 분포했어요. 빙하기에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섬과 대륙이 이어졌다 끊어지기를 반복했고, 그 과정에서 오랑우탄 집단이 나뉘고 섞였어요. 기후 변화와 함께 초기 인류의 사냥이 오랑우탄의 분포를 좁힌 것으로 보는 연구자도 있어요.
유전 연구에 따르면 타파눌리오랑우탄의 계통은 수백만 년 전 무렵 다른 수마트라 집단과 갈라졌고, 보르네오오랑우탄과 수마트라오랑우탄은 그보다 훨씬 나중에 갈라졌다고 해요. 다만 구체적인 연대는 연구에 따라 차이가 있어요.
4. 분포와 서식지

오랑우탄은 보르네오섬과 수마트라섬 북부의 열대우림에만 살아요. 보르네오섬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세 나라가 나누어 가지고 있는데, 오랑우탄은 인도네시아령 칼리만탄과 말레이시아령 사바·사라왁에 분포해요. 수마트라오랑우탄은 수마트라 북부, 특히 아체 지역과 북수마트라의 숲에 살고, 타파눌리오랑우탄은 북수마트라의 바탕토루라는 비교적 좁은 산림 지대에만 살아요.
오랑우탄은 저지대 열대우림, 이탄 늪지 숲, 구릉과 산지 숲에 살아요. 특히 열매가 풍부한 저지대 숲과 이탄 늪지 숲에서 밀도가 높아요. 이탄 늪지는 물에 잠긴 식물 잔해가 수천 년 동안 쌓여 만들어진 땅으로, 오랑우탄의 중요한 서식지이면서 막대한 탄소를 저장하는 곳이에요. 이 숲이 개간되고 말라 버리면 대형 산불이 쉽게 일어나요.
| 종 | 분포 면적 | 주요 서식지 |
|---|---|---|
| 보르네오오랑우탄 | 가장 넓음 | 저지대 우림, 이탄 늪지, 구릉 숲 |
| 수마트라오랑우탄 | 중간 | 저지대~산지 우림, 이탄 늪지 |
| 타파눌리오랑우탄 | 매우 좁음 | 산지 숲(해발이 비교적 높은 곳) |
오랑우탄의 분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크게 줄었어요. 숲이 농장과 도로로 잘게 쪼개지면서, 남은 오랑우탄 집단이 서로 고립되는 문제도 심각해요.
5. 신체 특징
오랑우탄은 길고 거친 적갈색 털로 덮여 있어요. 보르네오오랑우탄은 털이 짙은 적갈색이고, 수마트라오랑우탄은 털이 더 밝은 주황빛이며 얼굴이 길고 수염이 두드러지는 편이에요. 타파눌리오랑우탄은 털이 더 곱슬곱슬하고 계피색에 가깝다고 묘사돼요.
| 항목 | 성숙한 수컷 | 암컷 |
|---|---|---|
| 머리몸길이 | 약 1.2~1.5m | 약 1.0~1.2m |
| 몸무게(야생) | 약 50~90kg, 큰 개체는 그 이상 | 약 30~50kg |
| 팔을 벌린 길이 | 2m를 넘기도 함 | 수컷보다 짧음 |
오랑우탄의 몸은 나무 위 생활에 완벽하게 맞춰져 있어요. 팔은 다리보다 훨씬 길어서, 팔을 벌리면 키의 1.5배 가까이 돼요. 손과 발은 갈고리처럼 휘어 있어 나뭇가지를 꽉 잡을 수 있고, 발도 손처럼 물건을 쥘 수 있어요. 엉덩이 관절은 아주 유연해서 다리를 거의 어느 방향으로나 돌릴 수 있어요. 반면 땅 위에서는 주먹이나 손바닥을 짚고 다소 서툴게 걸어요.
5.1. 볼판 수컷과 볼판 없는 수컷
오랑우탄 수컷에는 아주 독특한 특징이 있어요. 성숙한 수컷 가운데 일부는 얼굴 양옆에 커다란 살덩이 '볼판(플랜지)'이 생기고, 목에는 커다란 목주머니가 늘어지며, 몸집이 훨씬 커져요. 이런 수컷을 '볼판 수컷'이라고 불러요. 반면 같은 나이인데도 볼판이 없이 암컷과 비슷한 크기로 지내는 '볼판 없는 수컷'도 있어요.
볼판 없는 수컷도 번식 능력이 있어요. 이 상태로 수년, 때로는 10년 이상 지내다가, 주변에 우세한 볼판 수컷이 사라지는 등 조건이 맞으면 몇 달 사이에 볼판 수컷으로 변하기도 해요. 이런 현상을 '이중 성숙'이라고 부르며, 포유류에서 매우 드문 사례예요. 볼판 수컷은 암컷의 선호를 받는 대신 다른 수컷과의 경쟁과 스트레스를 감수해야 하고, 볼판 없는 수컷은 눈에 덜 띄면서 기회를 노리는 전략을 쓰는 셈이에요.
5.2. 감각과 얼굴
오랑우탄은 사람처럼 앞을 향한 두 눈으로 거리를 정확히 가늠해요. 나무 사이를 건너야 하는 동물에게 입체 시력은 필수예요. 색을 구별하는 능력도 있어서 익은 열매를 쉽게 찾아요. 얼굴은 털이 거의 없고 어두운 피부색이며, 표정이 풍부해서 입술을 내밀거나 찡그리는 등 다양한 표정을 지어요.
6. 생태와 습성

Arian Zwegers · CC BY 2.0
오랑우탄은 대형 유인원 가운데 가장 나무 위 생활에 특화된 동물이에요. 특히 수마트라오랑우탄은 호랑이가 사는 섬에 살기 때문인지 땅에 거의 내려오지 않아요. 보르네오오랑우탄, 특히 몸집이 큰 수컷은 땅 위를 걸어 이동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많아요.
나무 사이를 이동할 때는 팔로 가지에 매달리거나, 네 발을 모두 써서 기어가듯 움직여요. 가지와 가지 사이가 멀면 몸무게로 가는 나무를 흔들어 반대편 나무 쪽으로 휘게 한 뒤 건너가는 영리한 방법을 써요. 이동 속도는 느리지만 에너지를 아끼는 데는 효율적이에요.
오랑우탄은 '반독립생활'을 해요. 다 자란 수컷은 대개 혼자 다니고, 암컷은 새끼와 함께 다녀요. 하지만 완전히 고립된 것은 아니어서, 행동권이 겹치는 개체끼리 서로를 알고 있고, 열매가 많이 열린 큰 나무에서는 여러 마리가 함께 먹기도 해요. 수마트라오랑우탄은 열매가 풍부한 숲에 살아서 보르네오오랑우탄보다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더 많아요.
볼판 수컷은 '롱콜'이라고 불리는 우렁찬 울음소리를 내요. 목주머니를 울림통 삼아 내는 이 소리는 숲에서 1km 넘게 퍼져 나가며, 암컷에게는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다른 수컷에게는 경고하는 역할을 해요.
오랑우탄은 매일 해 질 무렵 나무 위에 새 둥지를 만들어요. 가지를 구부려 엮고 잎을 깔아 푹신하게 만드는 데 몇 분이면 충분해요. 비가 오는 날에는 둥지 위에 지붕을 덮거나 커다란 잎을 우산처럼 쓰기도 해요. 낮잠을 위해 간단한 둥지를 하나 더 만들기도 해요. 어린 오랑우탄은 둥지 짓기를 몇 년에 걸쳐 어미에게서 배워요.
7. 먹이
오랑우탄은 과일을 가장 좋아해요. 열매가 풍부한 시기에는 먹이의 대부분을 과일로 채우고, 무화과처럼 자주 열매를 맺는 나무와 두리안처럼 가시투성이 껍질을 가진 열매도 손과 이로 능숙하게 까먹어요. 과일이 부족할 때는 어린 잎, 새싹, 나무 속껍질, 꽃, 꿀, 그리고 개미나 흰개미 같은 곤충을 먹어요. 수마트라에서는 드물게 늘보로리스 같은 작은 동물을 잡아먹은 기록도 있어요.
오랑우탄은 수백 종이 넘는 식물을 먹는다고 알려져 있고, 어떤 나무가 언제 열매를 맺는지 기억해 두었다가 찾아가요. 동남아시아 열대우림에서는 몇 년에 한 번씩 여러 나무가 한꺼번에 열매를 맺는 '대량 결실'이 일어나는데, 이때 오랑우탄은 실컷 먹어 지방을 저장하고, 열매가 드문 시기에는 그 지방으로 버텨요.
도구 사용도 관찰돼요. 수마트라의 일부 오랑우탄은 단단한 껍질 속에 따가운 털이 가득한 열매에서 씨앗을 꺼내기 위해 막대기를 다듬어 써요. 나뭇가지로 나무 구멍 속의 곤충이나 꿀을 꺼내기도 하고, 가시 많은 열매를 잡을 때 잎을 장갑처럼 쓰기도 해요. 흥미롭게도 이런 도구 사용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어서, 오랑우탄에게도 배워서 전해지는 문화가 있다는 근거가 되고 있어요.
물은 주로 먹이와 나무 구멍에 고인 빗물에서 얻어요. 손으로 물을 떠서 마시거나, 털이 젖은 팔을 핥기도 해요.
8. 번식과 일생
오랑우탄은 포유류 가운데 번식 속도가 가장 느린 동물 가운데 하나예요. 암컷은 보통 15세 무렵 첫 새끼를 낳고, 이후 약 6~9년 간격으로 새끼를 낳아요. 이는 육상 포유류에서 가장 긴 출산 간격으로 자주 소개돼요. 평생 낳는 새끼는 많아야 서너 마리에 불과해요.
암컷은 대개 롱콜을 내는 볼판 수컷을 짝으로 선호하고, 며칠 동안 함께 다니며 짝짓기를 해요. 볼판 없는 수컷은 암컷이 원하지 않아도 강제로 짝짓기를 시도하는 경우가 있어요.
임신 기간은 약 8개월 반이에요. 한 번에 새끼 한 마리를 낳고, 갓 태어난 새끼는 약 1.5~2kg이에요. 새끼는 어미의 털을 꽉 움켜쥐고 매달려 다니며, 어미와 한 둥지에서 잠을 자요.
| 단계 | 나이 | 특징 |
|---|---|---|
| 갓난 새끼 | 0~1세 | 어미 몸에 늘 매달려 지내며 젖을 먹음 |
| 어린 새끼 | 1~4세 | 어미가 먹는 것을 따라 맛보고 짧게 혼자 기어오름 |
| 어린 개체 | 4~8세 | 둥지 짓기와 먹이 찾기를 익히고, 6~8세 무렵 젖을 완전히 뗌 |
| 아성체 | 8~12세 | 어미에게서 점차 독립, 암컷은 어미 행동권 근처에 정착하는 경우가 많음 |
| 암컷 첫 출산 | 약 15세 전후 | 이후 6~9년 간격으로 출산 |
| 수컷 성숙 | 15세 이후 | 볼판 발달 시기는 개체마다 크게 다름 |
| 노년 | 35~45세 | 야생 수명은 대략 35~45년으로 추정 |
이렇게 긴 육아 기간 동안 새끼는 수백 종의 먹이 식물이 어디에, 언제 열매를 맺는지,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둥지는 어떻게 짓는지를 배워요. 그래서 어미를 잃은 새끼는 혼자 살아남기 어려워요. 사육 상태에서는 50세를 넘긴 개체도 있고, 60세 가까이 산 기록도 있어요.
9. 지능·의사소통·특별한 능력
오랑우탄은 매우 영리하고 신중한 동물이에요. 거울 속 자신을 알아보고, 복잡한 문제를 차분히 관찰한 뒤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나요. 사육 상태의 오랑우탄은 자물쇠를 풀거나 우리의 약점을 찾아 탈출하는 일로 유명해서, '탈출의 명수'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어요. 사육사들 사이에서는 '침팬지는 힘으로 부수고, 오랑우탄은 조용히 풀어 버린다'는 말도 있어요.
2024년에는 수마트라의 한 야생 수컷 오랑우탄이 얼굴의 상처에 약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덩굴 식물의 잎을 씹어 바르는 모습이 관찰되었다는 연구가 발표되었어요. 상처는 며칠 뒤 감염 없이 아물었는데, 야생동물이 약용 식물로 상처를 치료하는 행동이 체계적으로 기록된 드문 사례로 주목받았어요.
의사소통에는 소리와 몸짓이 모두 쓰여요. 볼판 수컷의 롱콜 외에도, 위협을 느낄 때 입술을 오므려 '쪽' 하고 내는 키스 소리, 잎을 입에 대고 소리를 바꾸는 행동 등이 알려져 있어요. 잎을 이용해 목소리를 더 크고 낮게 들리게 하는 것은, 일종의 '소리 도구'를 쓰는 셈이에요. 어떤 오랑우탄은 사람의 휘파람을 흉내 내는 법을 배우기도 했어요.
최근 연구에서는 오랑우탄이 경고음을 낼 때 위험이 사라진 뒤 몇 분이 지나서 소리를 내는 경우가 관찰되었어요. 이는 '지금 여기'가 아닌 과거의 일을 전달할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것으로, 언어의 기원 연구에서 관심을 끌고 있어요.
10. 천적과 생존
오랑우탄의 자연 천적은 많지 않아요. 수마트라에서는 수마트라호랑이가 땅에 내려온 오랑우탄을 노릴 수 있어서, 수마트라오랑우탄은 땅에 거의 내려오지 않아요. 보르네오에는 호랑이가 없고, 구름표범이 어린 오랑우탄을 노리는 정도로 알려져 있어요. 큰 비단뱀이나 악어도 드물게 위협이 될 수 있어요.
오랑우탄이 위협을 느끼면 나뭇가지를 꺾어 던지거나 흔들고, 키스 소리를 내며 경고해요. 높은 나무 위에 머무르는 것 자체가 가장 좋은 방어 수단이에요.
자연 속에서 오랑우탄이 겪는 큰 어려움은 먹이 부족이에요. 열매가 드문 시기가 길어지면 체중이 줄고 건강이 나빠져요. 엘니뇨로 인한 극심한 가뭄이 들면 숲의 열매가 줄고 산불 위험이 커져서, 오랑우탄에게 이중의 위협이 돼요.
하지만 가장 큰 위협은 사람이에요. 숲이 사라지면 오랑우탄은 농장이나 마을로 내려오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사람에게 해로운 동물로 여겨져 죽임을 당하는 경우가 많아요.
11. 인간과의 관계
보르네오와 수마트라의 원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오랑우탄과 함께 살아왔어요. 일부 지역에서는 오랑우탄을 사냥해 식량으로 삼기도 했고, 다른 지역에서는 숲의 정령이나 사람과 가까운 존재로 여겨 함부로 해치지 않는 전통도 있었다고 해요.
유럽에 오랑우탄이 알려진 것은 17세기 무렵이에요. 18~19세기에는 많은 오랑우탄이 표본과 전시를 위해 잡혀갔고, 진화론을 연구하던 박물학자들은 보르네오에서 수많은 오랑우탄을 사냥해 표본으로 삼기도 했어요. 지금 기준으로 보면 충격적인 일이지만, 당시에는 이것이 과학 연구의 일반적인 방식이었어요.
20세기 후반부터는 현장 연구자들이 오랑우탄의 생태를 밝히기 시작했어요. 1970년대 보르네오에서 시작된 장기 연구는 오랑우탄이 혼자 사는 동물이면서도 복잡한 사회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어요.
오늘날 오랑우탄과 사람의 관계에서 가장 큰 문제는 기름야자 농장이에요. 팜유는 과자, 라면, 화장품, 세제, 바이오 연료 등 수많은 제품에 쓰이는 값싸고 효율적인 식물성 기름이에요. 팜유 수요가 늘면서 보르네오와 수마트라의 숲이 대규모로 농장으로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오랑우탄이 서식지를 잃었어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팜유를 인증하는 제도가 생겼지만, 그 효과와 신뢰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이 있어요.
한국도 팜유를 많이 수입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오랑우탄의 위기는 한국 소비자와도 무관하지 않아요. 오랑우탄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제적 멸종위기종이어서, 허가 없이 수입하거나 거래할 수 없어요.
12. 보전 현황
세 종의 오랑우탄은 모두 IUCN 적색목록에서 '위급(CR)'으로 분류돼요. 보르네오오랑우탄은 2016년에 '위기'에서 '위급'으로 상향 평가되었어요.
| 종 | 개체 수 추정 | 추세 |
|---|---|---|
| 보르네오오랑우탄 | 약 5만 5천~10만 마리 내외(2010년대 중반 추정, 자료마다 차이 큼) | 감소 |
| 수마트라오랑우탄 | 약 1만 4천 마리 안팎(2010년대 중반 추정) | 감소 |
| 타파눌리오랑우탄 | 약 800마리 미만 | 감소 |
한 연구에서는 1999년부터 2015년 사이에 보르네오에서만 10만 마리가 넘는 오랑우탄이 사라졌다고 추정했어요. 숲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에서도 감소가 일어났는데, 이는 사냥과 사람과의 갈등이 큰 원인이라는 뜻이에요.
주요 위협 요인은 다음과 같아요.
- 기름야자·펄프용 조림지·광산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
- 이탄 늪지 배수와 대형 산불(특히 엘니뇨 해의 산불)
- 식량을 얻거나 농작물 피해 때문에 일어나는 사냥과 살해
- 새끼를 애완동물로 팔기 위한 불법 포획
- 도로와 댐 건설로 인한 서식지 단절(타파눌리오랑우탄 서식지의 수력 발전 사업 논란 등)
보호 활동으로는 국립공원과 보호림 관리, 숲 복원, 구조된 오랑우탄을 재활해 숲으로 돌려보내는 재활 센터 운영,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갈등 완화 사업 등이 있어요. 재활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서, 어미를 잃은 새끼 오랑우탄은 '숲 학교'에서 수년 동안 나무 타기와 먹이 찾기를 배운 뒤에야 숲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오랑우탄은 CITES 부속서 I에 올라 있어 국제 상업 거래가 금지되어 있어요.
13. 동물원에서
동물원에서는 보르네오오랑우탄과 수마트라오랑우탄을 볼 수 있어요. 과거에는 두 종을 구별하지 않고 함께 번식시켜 잡종이 태어나는 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종별로 따로 관리해요.
오랑우탄은 높은 곳에서 지내는 동물이기 때문에, 좋은 사육 시설에는 높은 구조물과 밧줄, 해먹, 둥지를 만들 재료가 꼭 필요해요. 지능이 높아서 금방 지루해하기 때문에, 먹이를 숨기거나 퍼즐 상자를 주는 등 머리를 쓰게 하는 환경 풍부화가 중요해요. 일부 시설에서는 오랑우탄이 태블릿 화면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게임을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어요. 사육 상태에서는 운동 부족과 고열량 먹이 때문에 비만이 되기 쉬워서, 먹이 관리도 중요한 과제예요.
오랑우탄은 대부분 혼자 지내는 동물이지만, 사육 상태에서는 여러 마리를 함께 두는 경우가 많아요. 이것이 오랑우탄에게 스트레스가 되는지, 아니면 오히려 자극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어요. 동물원이 사람과 이렇게 가까운 유인원을 가두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윤리 논쟁도 계속되고 있어요.
오랑우탄은 절대 애완동물이 아니에요. 동남아시아에서는 지금도 새끼 오랑우탄이 불법으로 팔리는데, 새끼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어미를 죽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사람 손에 자란 오랑우탄은 숲에서 살아가는 기술을 배우지 못해서, 구조된 뒤에도 야생으로 돌아가기가 매우 어려워요.
14. 대중문화 속 오랑우탄
오랑우탄은 문학사에서 독특한 자리를 차지해요. 19세기 미국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 '모르그가의 살인'은 흔히 최초의 근대 추리 소설로 불리는데, 이 작품의 범인이 바로 오랑우탄이에요. 당시 사람들에게 오랑우탄이 얼마나 낯설고 신비로운 동물이었는지 보여 주는 예예요.
디즈니 애니메이션 '정글북'에는 노래를 부르는 원숭이들의 왕이 등장하는데, 이 캐릭터는 오랑우탄으로 그려져요. 그러나 정글북의 배경인 인도에는 오랑우탄이 살지 않고, 원작 소설에도 이런 캐릭터는 나오지 않아요. 1970~80년대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에서는 주인공과 함께 다니는 오랑우탄이 큰 인기를 끌기도 했어요.
보르네오와 수마트라에서는 오랑우탄이 지역의 상징이자 생태 관광의 주인공이에요. 국제 환경 단체들은 팜유 문제를 알리기 위해 오랑우탄을 캠페인의 얼굴로 자주 내세우는데, 숲을 잃고 불도저 앞에 선 오랑우탄의 모습은 열대우림 파괴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되었어요.
매년 8월 19일은 '세계 오랑우탄의 날'로, 오랑우탄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행사가 열려요.
15. 여담
- 오랑우탄은 사람과 유전체의 약 97% 정도를 공유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침팬지나 고릴라보다는 조금 덜 가깝지만, 여전히 아주 가까운 친척이에요.
- 오랑우탄의 팔 힘은 매우 강해서, 한 팔로 매달린 채 오랫동안 버틸 수 있어요.
- 비 오는 날 커다란 잎을 머리에 우산처럼 쓰는 오랑우탄의 모습은 사진가들에게 인기가 많아요.
- 볼판 수컷의 롱콜은 1분 이상 이어지기도 해요.
- 오랑우탄은 대형 유인원 가운데 물을 비교적 덜 무서워하는 편이어서, 얕은 물을 건너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해요. 하지만 헤엄을 잘 치지는 못해요.
- 이탄 늪지 숲은 오랑우탄의 집이면서 막대한 탄소 저장고여서, 오랑우탄 보호는 기후 변화 대응과도 연결돼요.
- 오랑우탄은 씨앗을 삼켜 멀리 퍼뜨리는 '숲의 정원사' 역할을 해서, 이들이 사라지면 일부 나무의 번식에도 영향이 생길 수 있어요.
야생동물은 반려동물이 아니에요. 포획·거래·사육은 대부분 법으로 금지되어 있고, 다친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지역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연락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오랑우탄은 몇 종인가요?
보르네오오랑우탄, 수마트라오랑우탄, 그리고 2017년 신종으로 발표된 타파눌리오랑우탄 세 종이에요. 셋 다 위급 등급이에요.
팜유가 오랑우탄과 무슨 상관이 있나요?
기름야자 농장을 만들기 위해 보르네오와 수마트라의 숲이 대규모로 개간되면서 오랑우탄의 서식지가 크게 줄었어요.
볼판이 있는 수컷과 없는 수컷은 무엇이 다른가요?
둘 다 번식할 수 있어요. 볼판 수컷은 몸이 크고 롱콜을 내며 암컷의 선호를 받고, 볼판 없는 수컷은 조건이 맞을 때 볼판 수컷으로 변하기도 해요.
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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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rang Utan, Semenggok Forest Reserve, Sarawak, Borneo, Malaysia.JPG — Eleifert · CC BY-SA 3.0
- Bornean, Sumatran & Tapanuli orangs (horizontal).jpg — Eric KilbyAiwokTim Laman · CC BY-SA 3.0
- Bornean Orangutan in nest.jpg — Joeavison1 · CC BY-SA 4.0
- Bukit Lawang, orangutans (6785217748).jpg — Arian Zwegers · CC BY 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