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짠물이 고인 얕은 호수 위로 분홍빛 새 수천 마리가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장면은 지구에서 가장 화려한 풍경 가운데 하나로 꼽혀요. 그 주인공이 큰홍학이에요. 홍학과에 속하는 6종 가운데 가장 크고, 분포도 가장 넓어요.
큰홍학은 아프리카, 지중해 연안의 남유럽, 중동, 서남아시아, 인도까지 넓게 살아요. 대부분의 동물이 살기 어려운 짠 호수(염호)와 소다 호수, 소금밭, 석호와 얕은 갯벌을 좋아해서, 다른 새들과 먹이 경쟁을 덜 해요.
긴 다리와 S자로 휘어진 목, 가운데가 꺾인 독특한 부리가 특징이에요. 부리를 거꾸로 물속에 담그고 혀를 펌프처럼 움직여 물을 빨아들였다 내뱉으면서, 부리 안쪽의 빗살 같은 구조로 작은 새우와 조류, 곤충 유충을 걸러 먹어요. 분홍빛 깃털은 바로 이 먹이에 들어 있는 색소에서 와요.
큰홍학은 수천에서 수만 마리가 모여 번식하는 대표적인 집단 번식 조류예요. 무리가 함께 행진하듯 걸으며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단체 구애 행동은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어요. 한국은 정상적인 분포 지역이 아니어서 야생에서는 거의 볼 수 없고, 동물원에서 친숙한 새예요.
2. 이름과 분류

Giles Laurent · CC BY-SA 4.0
학명은 Phoenicopterus roseus예요. 속명 Phoenicopterus는 그리스어로 '진홍색 날개'라는 뜻이에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사람들도 이 새를 알고 있었다는 뜻이죠. 종소명 roseus는 라틴어로 '장밋빛'이에요. 1811년 독일의 박물학자 팔라스가 이 학명을 붙였어요.
영어 flamingo는 스페인어나 포르투갈어 flamengo에서 왔어요. 흔히 '불꽃'을 뜻하는 라틴어 flamma와 연결해 '불꽃 빛깔의 새'라고 풀이해요. 한국어 이름 홍학(紅鶴)은 '붉은 두루미'라는 뜻이지만, 실제로 홍학과 두루미는 전혀 다른 무리예요. 긴 다리와 목 때문에 생긴 이름일 뿐이에요.
큰홍학은 한때 아메리카홍학(카리브홍학)과 같은 종으로 묶였어요. 그러나 깃털 색과 부리 무늬, 유전자에서 차이가 확인되면서 지금은 대부분 별개의 종으로 봐요. 아메리카홍학은 몸 전체가 진한 주황빛 분홍이고, 큰홍학은 그보다 훨씬 연한 분홍빛 흰색이에요.
| 종 | 학명 | 분포 |
|---|---|---|
| 큰홍학 | Phoenicopterus roseus | 아프리카·남유럽·서남아시아 |
| 아메리카홍학 | Phoenicopterus ruber | 카리브해·갈라파고스 |
| 칠레홍학 | Phoenicopterus chilensis | 남아메리카 남부 |
| 꼬마홍학 | Phoeniconaias minor | 아프리카·인도 |
| 안데스홍학 | Phoenicoparrus andinus | 안데스 고원 |
| 제임스홍학 | Phoenicoparrus jamesi | 안데스 고원 |
아종은 따로 나뉘지 않아요.
3. 진화
홍학이 어떤 새와 가장 가까운지는 오랫동안 수수께끼였어요. 긴 다리 때문에 황새나 왜가리와 묶이기도 했고, 부리 모양과 물갈퀴, 울음소리 때문에 오리·기러기와 가깝다는 주장도 있었어요.
그런데 21세기 들어 유전자 분석과 해부학 연구가 쌓이면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어요. 홍학과 가장 가까운 친척은 물 위에 둥지를 띄우는 작은 잠수 새인 논병아리라는 거예요. 두 무리는 겉모습이 전혀 다르지만, 기생충 종류와 알껍데기 구조, 발가락 구조, 유전자에서 공통점이 확인되었어요. 지금은 홍학과 논병아리를 묶어 '미란도르니테스(Mirandornithes)'라는 무리로 불러요. 라틴어로 '놀라운 새들'이라는 뜻이에요.
화석 기록도 흥미로워요. 홍학의 먼 친척으로 보이는 '팔라엘로두스류'는 약 3천만 년 전 무렵부터 유럽 등지에서 화석이 나오는데, 다리가 홍학보다 짧고 헤엄치는 데 더 적응한 새였다고 추정돼요. 현생 홍학과 비슷한 부리를 가진 화석은 수백만 년 전 지층에서 나오며, 한때는 오스트레일리아에도 홍학이 살았다는 화석 증거가 있어요. 오스트레일리아 내륙의 거대한 소금 호수들이 말라 가면서 홍학도 그곳에서 사라진 것으로 보여요.
4. 분포와 서식지

큰홍학은 홍학 가운데 가장 넓은 지역에 살아요. 아프리카에서는 북아프리카 해안, 동아프리카 지구대의 호수들, 남부 아프리카의 소금 호수와 해안에 분포해요. 유럽에서는 스페인, 프랑스 남부, 이탈리아, 그리스, 튀르키예의 지중해 연안 습지에서 번식해요. 중동과 서남아시아에서는 이란, 카자흐스탄 남부의 호수, 아라비아반도 해안에 살고, 남아시아에서는 인도 서부와 파키스탄, 스리랑카에 분포해요.
대표적인 번식지로는 프랑스 남부 카마르그 습지, 스페인의 피에드라 호수, 튀르키예와 이란의 호수들, 인도 구자라트주의 컷치 습지(란 오브 컷치), 동아프리카의 소다 호수들이 꼽혀요. 특히 인도의 컷치 습지는 우기에 물이 차면 수십만 마리가 모여드는 거대한 번식지로 유명해 '홍학의 도시'라는 별명이 있어요.
서식지는 얕고 짠 물이 있는 곳이에요. 바닷물보다 몇 배나 짠 호수, 알칼리성이 강한 소다 호수, 염전과 소금밭, 해안의 석호와 하구 갯벌을 가리지 않아요. 이런 곳은 물고기가 살기 어려워서 경쟁자는 적지만, 홍학의 먹이인 작은 갑각류와 조류는 아주 풍부해요.
큰홍학은 떠돌이 성향이 강해요. 물 사정에 따라 수백에서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고, 해마다 번식지를 바꾸기도 해요. 주로 밤에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한국에서는 정상적인 분포 지역이 아니어서 야생 기록이 거의 없어요.
5. 신체 특징
큰홍학은 홍학 가운데 가장 키가 크고 무거워요. 수컷이 암컷보다 조금 더 커서, 무리 안에서도 키 차이로 대략 구별할 수 있어요.
| 항목 | 수치 |
|---|---|
| 키 | 약 110~150cm |
| 날개 편 길이 | 약 140~165cm |
| 몸무게 | 약 2~4kg (수컷이 더 무거움) |
| 다리 길이 | 몸 전체 높이의 절반 이상 |
몸은 대부분 연한 분홍빛이 도는 흰색이고, 날개 덮깃은 선명한 진홍색, 날개 끝의 비행깃은 검은색이에요. 날개를 접고 있으면 연한 분홍빛으로만 보이지만, 날아오르면 진홍과 검정의 대비가 뚜렷하게 드러나요. 부리는 분홍색에 끝부분이 검어요.
5.1. 부리와 혀
홍학의 부리는 새 가운데서도 아주 특이해요. 가운데쯤에서 아래로 꺾여 있어서, 머리를 거꾸로 숙여 물에 담그면 부리가 수평으로 놓여요. 대부분의 새는 아래 부리가 크고 위 부리가 움직이지만, 홍학은 반대로 위 부리가 작고 움직일 수 있어요. 거꾸로 먹이를 먹는 생활에 맞춘 구조예요.
부리 가장자리에는 '판새'라고 부르는 빗살 모양의 얇은 판이 촘촘하게 나 있어요. 굵고 두꺼운 혀가 피스톤처럼 앞뒤로 움직이며 1초에 여러 번 물을 빨아들였다 내보내는데, 이때 판새가 체처럼 먹이만 걸러 내요. 큰홍학은 판새 간격이 비교적 넓어서 작은 새우, 곤충 유충, 조개 같은 비교적 큰 먹이를 걸러요. 반면 꼬마홍학은 판새가 훨씬 촘촘해서 남조류 같은 아주 작은 먹이를 걸러요. 덕분에 두 종은 같은 호수에서도 먹이 경쟁을 덜 해요.
5.2. 분홍색의 비밀
홍학은 태어날 때부터 분홍색이 아니에요. 갓 깬 새끼는 회백색 솜털에 덮여 있고, 어린 새는 회갈색이에요. 분홍빛은 먹이에 들어 있는 카로티노이드 색소에서 와요. 작은 새우와 조류에 들어 있는 색소를 먹으면, 간에서 이를 분홍과 붉은 색소로 바꿔 깃털과 피부, 다리에 쌓아요. 그래서 어른 깃털로 완전히 바뀌기까지 보통 3~4년이 걸려요.
깃털 색이 진할수록 건강하고 먹이를 잘 찾는다는 신호가 되기 때문에, 짝을 고를 때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여겨져요. 번식기가 되면 큰홍학은 꼬리 부근의 기름샘에서 나오는 분비물을 깃털에 문질러 색을 더 진하게 만드는데, 일종의 '화장'이라고 표현하는 연구자도 있어요. 반대로 새끼를 키우는 동안에는 색소를 새끼 먹이로 많이 넘겨 주기 때문에 부모의 색이 눈에 띄게 바래요.
6. 생태와 습성

큰홍학은 거의 언제나 무리를 지어 살아요. 수십 마리의 작은 무리부터 수만 마리의 거대한 무리까지 다양하며, 함께 먹고, 함께 쉬고, 함께 이동해요. 무리가 크면 포식자를 일찍 발견할 수 있고, 번식 시기를 서로 맞추는 데도 도움이 돼요.
하루 일과는 대부분 먹이 활동이에요. 얕은 물을 천천히 걸으며 머리를 거꾸로 물에 담그고, 때로는 발로 바닥 진흙을 휘저어 먹이를 떠오르게 해요. 깊은 곳에서는 오리처럼 헤엄치며 먹기도 해요. 밤에도 먹이를 먹는 경우가 많아요.
쉴 때는 한쪽 다리로 서서 목을 등 위로 접고 머리를 날개 사이에 묻어요. 이 자세는 체온을 아끼고 근육의 힘을 거의 쓰지 않는 효율적인 자세로 알려져 있어요.
날 때는 목과 다리를 쭉 뻗어 몸이 긴 십자가처럼 보여요. 날아오를 때는 물 위를 몇 걸음 달려 속도를 붙여야 해요. 무리 지어 이동할 때는 V자나 긴 줄 모양으로 날아요.
7. 먹이
큰홍학은 잡식성이에요. 주요 먹이는 다음과 같아요.
- 염수새우(아르테미아) 같은 작은 갑각류
- 깔따구 같은 곤충의 유충과 번데기
- 작은 조개와 고둥
- 갯지렁이 같은 작은 무척추동물
- 남조류·규조류 등 조류(藻類)
- 수생 식물의 씨앗과 뿌리, 진흙 속 유기물
먹이를 먹을 때는 머리를 거꾸로 해서 부리를 물속이나 진흙 표면에 대고, 혀를 펌프처럼 움직여 물과 진흙을 걸러요. 부리 끝으로 진흙을 휘저으며 한 자리를 빙글빙글 돌기도 하는데, 그러면 진흙 바닥에 홍학의 발자국과 부리 자국이 원 모양으로 남아요.
염수새우는 바닷물보다 훨씬 짠 물에서도 사는 작은 갑각류로, 큰홍학의 분홍빛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먹이예요. 소금을 만드는 염전에서는 염도가 높아지면 염수새우가 많이 생겨서 큰홍학이 자주 찾아와요. 짠물을 마시고 먹이와 함께 소금을 삼켜도 콧구멍 위쪽의 염분샘이 소금을 걸러 내보내기 때문에 괜찮아요. 그래도 민물을 마실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찾아가 마셔요.
8. 번식과 일생

큰홍학의 번식은 무리 전체의 구애 행동으로 시작해요. 수백에서 수천 마리가 한데 모여 목을 꼿꼿이 세우고 머리를 좌우로 흔들기, 날개를 펼쳐 진홍색 덮깃을 드러내기, 무리가 같은 방향으로 행진하듯 걷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기 같은 행동을 함께 해요. 이렇게 무리 전체가 구애 행동을 하면 많은 개체가 비슷한 시기에 번식 준비를 마쳐서, 새끼들이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요. 큰홍학은 대체로 한 번식기 동안 한 짝과 지내지만, 해마다 짝이 바뀌는 경우가 많아요.
둥지는 진흙을 부리로 끌어모아 쌓은 원뿔 모양이에요. 높이는 보통 수십 센티미터로, 꼭대기가 오목하게 파여 있어요. 물이 갑자기 불어나도 알이 잠기지 않고, 뜨거운 땅의 열을 피할 수 있어요. 둥지는 이웃 둥지와 부리가 닿을 정도로 촘촘하게 붙어 있어요.
알은 보통 1개를 낳고, 암수가 번갈아 약 27~31일 동안 품어요. 갓 깬 새끼는 회백색 솜털에 덮여 있고 부리가 곧아요. 부모는 '소낭유'라는 분비물을 토해 새끼에게 먹여요. 소낭유는 지방과 단백질이 풍부하고, 홍학의 경우 먹이 색소가 섞여 붉은빛을 띠어요. 비둘기처럼 소낭유를 만드는 새는 드문데, 홍학은 암수가 모두 만들 수 있어요.
| 단계 | 시기 | 특징 |
|---|---|---|
| 알 | 약 27~31일 | 진흙 둥지, 암수 교대 포란 |
| 새끼 | 부화 후 1주 | 회백색 솜털, 곧은 부리, 소낭유를 먹음 |
| 크레슈 | 약 1~2주부터 | 새끼끼리 큰 무리를 이룸 |
| 부리 휘어짐 | 약 1~2개월 | 스스로 걸러 먹기 시작 |
| 첫 비행 | 약 2.5~3개월 | 회갈색 어린 깃털 |
| 분홍빛 | 약 3~4년 | 어른 깃털로 바뀜 |
| 첫 번식 | 보통 3~6년 | 무리와 함께 번식 |
새끼가 몇 주 자라면 둥지를 떠나 수백에서 수천 마리가 모인 크레슈를 이뤄요. 몇몇 어른이 크레슈 주변을 지키고, 부모는 수많은 새끼 가운데 울음소리로 자기 새끼를 찾아 먹이를 줘요. 프랑스 카마르그에서 오랫동안 가락지를 달아 조사한 결과, 큰홍학은 야생에서 수십 년 동안 살며 번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사육 상태에서는 80세가 넘었다고 알려진 개체의 사례도 있어요.
9. 지능·의사소통·특별한 능력
큰홍학의 울음소리는 거위와 비슷한 '꺼억, 꺼억' 하는 소리예요. 무리가 크면 그 소리가 한데 모여 시끄러운 함성처럼 들려요. 부모와 새끼는 각자 고유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서, 수천 마리가 모인 크레슈에서도 서로를 찾아내요.
홍학은 사회적 관계도 복잡해요. 최근 연구에서는 홍학 무리 안에 특정 개체끼리 오랫동안 가까이 지내는 '친구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늘 같은 개체 옆에서 쉬고 먹이를 먹으며, 반대로 서로 피하는 관계도 있다고 해요. 이런 관계는 짝이 아닌 동성 개체 사이에서도 나타나요.
큰홍학의 특별한 능력은 극한 환경을 견디는 몸이에요. 다리 피부가 두껍고 단단해서 염도가 매우 높거나 알칼리성이 강한 물에 오래 서 있어도 잘 견뎌요. 동아프리카의 일부 소다 호수는 사람의 피부에 화상을 입힐 만큼 알칼리성이 강한데도 홍학은 그곳에서 먹이를 먹고 번식해요. 또 한쪽 다리로 서 있을 때, 몸무게가 관절 바로 위로 실리도록 구조가 짜여 있어서 근육을 거의 쓰지 않고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죽은 홍학도 한쪽 다리로 세워 둘 수 있었다는 실험이 이를 뒷받침해요.
10. 천적과 생존

다 자란 큰홍학의 천적으로는 여우, 자칼, 하이에나 같은 육식 포유류와 대형 맹금류가 있어요. 아프리카에서는 개코원숭이가 번식지를 습격하기도 해요. 하지만 홍학이 사는 짜고 넓은 얕은 물은 포유류가 접근하기 어려워서, 그 자체가 훌륭한 방어막이 돼요.
알과 새끼는 갈매기, 독수리, 큰 맹금류의 표적이 돼요. 특히 물이 말라 번식지가 육지와 이어지면 여우나 들개가 들어와 큰 피해를 주기도 해요. 그래서 일부 보호구역에서는 번식지가 섬처럼 물로 둘러싸이도록 수위를 관리해요.
가장 큰 위험은 날씨예요. 가뭄으로 호수가 마르면 번식을 아예 하지 않거나 번식에 실패하고, 반대로 갑작스러운 폭우로 물이 불어나면 둥지가 잠겨요. 지중해 지역에서는 한겨울 혹한이 닥치면 많은 홍학이 얼어 죽은 기록도 있어요.
11. 인간과의 관계
홍학과 사람의 인연은 고대 문명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에는 홍학 모양의 글자가 있는데, '붉은색'을 뜻하는 글자로 쓰였어요. 스페인 남부의 동굴 벽화에도 홍학으로 보이는 새가 그려져 있어요.
고대 로마에서는 홍학의 혀가 귀한 별미로 여겨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요. 로마의 요리책에도 홍학 요리법이 실려 있을 정도였어요. 지중해 주변 지역에서는 홍학 알과 고기를 얻기 위해 번식지를 습격하는 일도 오랫동안 이어졌어요.
현대에 들어서는 소금 산업과의 관계가 특별해요. 바닷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만드는 염전은 염도가 높아지는 과정에서 염수새우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큰홍학의 중요한 먹이터가 돼요. 프랑스 카마르그에서는 염전 지역 안에 홍학을 위한 인공 번식 섬을 만들어 번식을 도운 결과, 한때 거의 사라졌던 번식 집단이 크게 회복되었어요. 이 사례는 산업 시설과 야생동물이 공존한 좋은 예로 꼽혀요.
반대로 갈등도 있어요. 일부 지역에서는 홍학이 논에 들어와 벼를 짓밟거나 씨앗을 먹어 농민들과 마찰을 빚기도 하고, 공항 근처 습지의 홍학 무리가 비행기와 충돌할 위험이 있다는 문제도 제기돼요.
한국과는 직접적인 인연이 거의 없어요. 야생에서는 찾아오지 않고, 동물원에서 기르는 홍학을 통해 알려졌어요. 한국 동물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홍학은 큰홍학 외에도 칠레홍학, 아메리카홍학 등 여러 종이 섞여 있어요.
12. 보전 현황
IUCN 적색목록에서 큰홍학은 관심대상(LC)이에요. 분포가 아주 넓고 전체 개체 수가 많아서예요. 전 세계 개체 수는 수십만 마리에서 100만 마리 안팎으로 추정되지만, 떠돌이 성향 때문에 정확히 세기 어려워서 자료마다 차이가 커요. 지중해와 서아프리카 집단은 보호 활동 덕분에 20세기 후반 이후 늘어난 것으로 평가돼요.
하지만 큰홍학은 번식지가 몇 곳에 집중되어 있어서, 한 지역이 망가지면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어요. 주요 위협 요인은 다음과 같아요.
- 습지 매립과 개발, 관광지 조성
- 농업용수 사용과 댐 건설로 인한 호수 수위 감소
- 소다 채굴과 염전 산업의 변화
- 번식지에서의 사람·드론·차량의 방해
- 송전선 충돌
- 납탄과 수질 오염
-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극단적인 기상
번식지를 보호하는 방법으로 번식 섬 조성, 수위 관리, 번식기 출입 통제 등이 쓰여요. 큰홍학은 아프리카-유라시아 이동성 물새 보전 협정(AEWA)의 보호 대상이고, CITES 부속서 II에 올라 있어 국제 거래가 규제돼요. 한국 국내법상 따로 지정된 보호 등급은 없어요.
13. 동물원에서
홍학은 동물원에서 가장 친숙한 새 가운데 하나예요. 사육 상태에서도 오래 살고 무리 생활에 비교적 잘 적응하기 때문이에요. 다만 홍학은 무리가 충분히 커야 구애 행동이 일어나고 번식이 시작되는 습성이 있어서, 적은 수만 기르면 번식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일부 동물원에서는 무리가 더 많아 보이도록 전시장에 거울을 설치해 번식을 유도한 사례도 있어요.
사육 홍학의 분홍빛을 유지하려면 카로티노이드 색소를 넣은 사료를 줘야 해요. 색소가 부족하면 몇 달 만에 깃털이 하얗게 바래요.
동물원 홍학의 비행을 막기 위해 날개 끝을 수술로 제거하거나 깃털을 자르는 관행이 있었는데, 이는 동물 복지 측면에서 논란이 커요. 최근에는 날개를 손상시키지 않고 높은 그물망이 덮인 넓은 대형 새장에서 기르는 방식이 늘고 있어요.
14. 대중문화 속 홍학
홍학은 그 화려한 모습 때문에 대중문화에서 자주 쓰여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하트 여왕의 크로켓 경기에서 홍학을 공을 치는 채로 쓰는 장면이 나와서, 수많은 삽화와 영화에 그려졌어요.
미국에서는 1957년 무렵 디자이너 돈 페더스톤이 만든 플라스틱 분홍 홍학 정원 장식이 큰 인기를 끌면서, 홍학이 키치 문화와 여름 휴양지의 상징이 되었어요. 1980년대 이후에는 마이애미와 플로리다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와 패션, 인테리어에서 분홍 홍학이 열대 휴양지의 아이콘으로 쓰였어요. 지금도 홍학 모양 튜브는 여름 물놀이의 단골 소품이에요.
문화적 상징으로도 쓰여요. 바하마의 국조는 아메리카홍학이고, 동아프리카와 인도에서는 홍학 무리가 모이는 호수가 관광 명소예요. 인도 구자라트주에서는 큰홍학을 주를 상징하는 새로 정하고 있어요.
영어에는 '홍학처럼 한쪽 다리로 선다'는 표현이 균형을 잡는 자세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요가에서도 한쪽 다리로 서는 자세에 홍학의 이름을 붙이기도 해요.
15. 여담
- 홍학의 무릎처럼 보이는 다리 가운데 관절은 사실 발목이에요. 진짜 무릎은 깃털 속 몸 가까이에 숨어 있어서, 다리가 뒤로 꺾이는 것처럼 보여요.
- 홍학 무리를 영어로는 'flamboyance'라고 부르기도 해요. '화려함'이라는 뜻의 단어예요.
- 갓 깬 새끼의 부리는 곧은데, 자라면서 점점 휘어져 어른의 꺾인 부리가 돼요.
- 홍학은 머리를 거꾸로 숙인 채 1분에 수십 번 이상 물을 들이켰다 내뱉으며 먹이를 걸러요.
- 홍학 무리가 한꺼번에 날아오르면 날개 아래의 진홍색과 검은색이 드러나 하늘이 붉게 물든 것처럼 보여요.
- 사육 홍학 가운데 오스트레일리아 애들레이드 동물원의 한 큰홍학은 80세가 넘은 것으로 알려져 '세계에서 가장 나이 많은 홍학'으로 소개되기도 했어요.
야생동물은 반려동물이 아니에요. 포획·거래·사육은 대부분 법으로 금지되어 있고, 다친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지역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연락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홍학은 왜 분홍색이에요?
먹이인 작은 갑각류와 조류에 들어 있는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깃털에 쌓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먹이가 부족하거나 색소가 적은 먹이를 먹으면 색이 바래고, 동물원에서는 색소를 넣은 사료를 줘요.
왜 한쪽 다리로 서 있어요?
찬물에서 체온을 덜 빼앗기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가장 널리 받아들여져요. 몸 구조상 한 다리로 섰을 때 근육을 거의 쓰지 않고도 균형이 잡힌다는 연구도 있어, 오히려 쉬는 자세에 가까워요.
한국에서도 야생 홍학을 볼 수 있나요?
한국은 큰홍학의 정상적인 분포권이 아니어서 야생에서 보기는 거의 어려워요. 가끔 들리는 목격담은 동물원에서 탈출한 개체이거나 매우 드문 길 잃은 새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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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 Greater flamingos male and female in the Camargue during mating season Photo by Giles Laurent.jpg — Giles Laurent · CC BY-SA 4.0
- 002 Greater flamingo taking off in the Camargue Photo by Giles Laurent.jpg — Giles Laurent · CC BY-SA 4.0
- 005b Greater flamingos courtship display in the Camargue during mating season Photo by Giles Laurent.jpg — Giles Laurent · CC BY-SA 4.0
- 005c Greater flamingos courtship display in the Camargue during mating season Photo by Giles Laurent.jpg — Giles Laurent · CC BY-SA 4.0
- 005d Greater flamingos courtship display in the Camargue during mating season Photo by Giles Laurent.jpg — Giles Laurent · CC BY-SA 4.0
- 005e Greater flamingos courtship display in the Camargue during mating season Photo by Giles Laurent.jpg — Giles Laurent · CC BY-SA 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