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영하 40도 아래로 떨어지는 기온, 시속 100km가 넘는 눈보라, 몇 달 동안 해가 뜨지 않는 극야. 지구에서 가장 혹독한 환경이라 할 만한 남극의 한겨울에, 일부러 그 시기를 골라 새끼를 키우는 새가 있어요. 바로 황제펭귄이에요.
황제펭귄은 펭귄과 큰펭귄속에 속하며, 지금 살아 있는 펭귄 18종 가운데 가장 크고 무거워요. 다 자라면 키가 1m를 넘고 몸무게는 많게는 40kg 이상 나가요. 등은 검고 배는 하얗고, 귀 옆에서 가슴까지 연한 노란빛이 번져 있어서 '황제'라는 이름에 걸맞은 위엄을 풍겨요.
황제펭귄은 남극 대륙 연안을 둘러싼 바다얼음(정착 해빙) 위에서만 번식해요. 땅이 아닌 얼음 위에서 둥지도 없이 번식하는 펭귄은 황제펭귄이 거의 유일해요. 암컷이 알을 하나 낳으면, 수컷이 그 알을 발등 위에 올리고 배의 피부로 덮어 약 두 달 동안 품어요. 이 기간 동안 수컷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수천 마리가 몸을 맞대는 '허들'로 추위를 견뎌요.
이 놀라운 생활사는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으로 전 세계에 알려졌고, 황제펭귄은 남극을 상징하는 동물이 되었어요. 하지만 번식에 꼭 필요한 바다얼음이 기후변화로 줄어들면서, 황제펭귄은 기후위기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동물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어요. IUCN 적색목록에서는 준위협(NT) 등급이에요.
2. 이름과 분류

Denis Luyten · Public domain
학명은 Aptenodytes forsteri예요. 속명 Aptenodytes는 그리스어로 '날개 없는 잠수부'라는 뜻이에요. 실제로 날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날지 못하고 지느러미처럼 바뀐 날개로 물속을 헤엄쳐 다니는 모습을 표현한 이름이에요. 종소명 forsteri는 18세기 제임스 쿡 선장의 두 번째 항해에 동행한 독일 출신 박물학자 요한 라인홀트 포르스터를 기리는 이름이에요. 이 종은 1844년 영국의 동물학자 조지 로버트 그레이가 공식적으로 기재했어요.
영어 이름 Emperor penguin과 한국어 이름 황제펭귄은 펭귄 가운데 가장 크고 위엄 있는 모습에서 붙은 이름이에요. 가장 가까운 친척인 임금펭귄(King penguin)이 먼저 이름을 얻었고, 그보다 더 큰 종이 발견되자 '왕'보다 높은 '황제'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있어요.
펭귄(penguin)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확실하지 않아요. 원래는 북대서양에 살다가 19세기에 멸종한 큰바다쇠오리를 가리키던 말이었는데, 남반구에서 비슷하게 생긴 새를 본 유럽 선원들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는 설이 유력해요. 웨일스어로 '흰 머리'를 뜻하는 말에서 왔다는 설, 라틴어로 '살찐'을 뜻하는 말에서 왔다는 설 등이 있어요.
아종은 따로 나뉘지 않아요. 다만 유전자 연구에서 남극 대륙의 여러 번식지 집단이 서로 꽤 자주 섞인다는 결과와, 로스해 지역 집단이 조금 구별된다는 결과가 함께 나와 있어요.
3. 진화
펭귄의 역사는 공룡이 사라진 직후까지 거슬러 올라가요. 뉴질랜드에서 발견된 와이마누(Waimanu)라는 화석 펭귄은 약 6천만 년 전 팔레오세에 살았는데, 이미 날지 못하고 물속을 잠수하는 새였어요. 가장 가까운 친척 무리는 앨버트로스·슴새·바다제비 같은 관비공류로, 펭귄의 조상은 날 수 있는 바닷새였다가 잠수에 특화되면서 비행 능력을 잃은 것으로 보여요.
과거에는 지금보다 훨씬 큰 펭귄도 있었어요. 약 3천만~4천만 년 전 남극과 뉴질랜드, 남아메리카에 살았던 일부 화석 펭귄은 키가 1.5~2m에 이르렀다고 추정돼요. 그러니 황제펭귄은 '살아 있는 펭귄 중' 가장 클 뿐, 펭귄 역사 전체에서 보면 거인은 아니었던 셈이에요.
황제펭귄과 임금펭귄을 포함하는 큰펭귄속(Aptenodytes)은 다른 펭귄들과 비교적 일찍 갈라진 무리로 여겨져요. 두 종이 서로 갈라진 시기는 연구에 따라 수백만 년 전으로 추정되며, 뉴질랜드의 플라이오세 지층에서는 이 속의 멸종 종인 Aptenodytes ridgeni 화석이 발견되었어요.
흥미롭게도 남극이 얼음으로 덮이기 시작한 약 3천4백만 년 전 이후, 많은 펭귄 종이 사라지거나 북쪽으로 밀려났어요. 황제펭귄은 반대로 남극의 극한 추위에 적응하는 길을 택한 거의 유일한 펭귄이에요. 빙하기 동안에는 황제펭귄 번식지가 지금보다 훨씬 적었고 개체 수도 크게 줄었다가,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다시 늘어났다는 유전자 연구 결과도 있어요.
4. 분포와 서식지

Credit: NOAA NMFS SWFSC Antarctic Marine Living Resources (AMLR) Program. · Public domain
황제펭귄은 남극 대륙의 해안선을 따라 빙 둘러 살아요. 위도로는 대략 남위 66~78도 사이로, 사람이 사는 대륙에서는 볼 수 없는 진정한 남극의 새예요. 가끔 길을 잃은 개체가 뉴질랜드나 남아메리카 남쪽, 포클랜드 제도 등에서 발견되기도 해요. 2011년에는 한 어린 개체가 뉴질랜드 해변까지 올라와 큰 화제가 되었어요.
번식지는 대부분 해안 가까운 정착 해빙 위에 있어요. 정착 해빙은 해안선이나 빙산, 섬에 붙어서 겨우내 움직이지 않는 바다얼음으로, 번식이 끝나는 이듬해 여름까지 단단히 유지되어야 해요. 너무 일찍 깨지면 아직 방수 깃털이 다 자라지 않은 새끼들이 바다에 빠져 죽게 돼요. 일부 번식지는 바다얼음 대신 빙붕(대륙 빙하가 바다로 흘러나와 떠 있는 두꺼운 얼음) 위나 드물게 육지에 있어요.
위성 사진 연구 덕분에 번식지 수는 꾸준히 새로 확인되고 있어요. 2009년 위성 사진 분석에서 46곳 정도가 확인되었고, 이후 연구에서 60곳 이상으로 늘어났어요. 황제펭귄의 배설물이 얼음 위에 갈색 얼룩을 남기기 때문에, 우주에서도 번식지를 찾아낼 수 있어요.
번식기가 아닐 때는 남극해의 넓은 바다를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아요. 위치 추적 연구에서 어린 황제펭귄들은 번식지를 떠난 뒤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며 남극 대륙에서 꽤 멀리 떨어진 바다까지 나간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5. 신체 특징
황제펭귄은 펭귄 가운데 가장 크고 무거워요. 몸무게는 계절에 따라 크게 변하는데, 번식을 위해 살을 찌운 직후와 두 달 넘게 굶은 뒤의 차이가 10kg이 넘기도 해요.
| 항목 | 수치 |
|---|---|
| 키(서 있을 때) | 약 100~130cm |
| 몸무게(번식 전) | 수컷 약 35~45kg, 암컷 약 28~35kg |
| 몸무게(긴 단식 후) | 약 20~25kg까지 감소 |
| 날개(지느러미) 길이 | 약 30~40cm |
| 수영 속도 | 보통 시속 6~9km, 순간적으로 그 이상 |
| 잠수 깊이 | 보통 수십~200m, 기록 500m 이상 |
암수는 겉으로 거의 구별되지 않아요. 수컷이 평균적으로 조금 더 크지만, 정확한 성별은 울음소리나 유전자 검사로 확인해요.
5.1. 추위를 견디는 몸
황제펭귄의 몸은 추위를 이겨 내기 위한 장치로 가득해요.
- 깃털: 짧고 빳빳한 깃털이 몸 전체를 기와처럼 빽빽하게 덮고 있어요. 제곱센티미터당 깃털 수가 다른 새보다 훨씬 많고, 깃털 아래 솜털층이 공기를 가둬 단열재 역할을 해요. 1년에 한 번 털갈이를 할 때는 새 깃털이 다 자랄 때까지 3~4주 동안 물에 들어가지 못하고 굶어요.
- 지방층: 피부 아래 두꺼운 지방층이 체온을 지키고, 긴 단식 기간의 에너지 창고가 돼요.
- 작은 부속지: 몸집에 비해 부리와 지느러미, 발이 작아서 열을 빼앗기는 면적이 적어요. 이는 추운 곳에 사는 동물일수록 몸이 크고 돌출부가 작다는 생물학 법칙과도 맞아요.
- 역류 열교환: 지느러미와 다리로 가는 동맥 바로 옆에 돌아오는 정맥이 붙어 있어서, 따뜻한 피가 차가운 피에 열을 넘겨 줘요. 그래서 발은 차갑게 유지되면서도 몸 중심의 열은 거의 잃지 않아요.
- 코의 열 회수: 콧속 구조가 내쉬는 숨의 열과 수분을 다시 흡수해 숨을 쉴 때 빠져나가는 열을 줄여요.
2012년 연구에서는 열화상 카메라로 찍은 황제펭귄의 깃털 바깥 표면 온도가 주변 공기보다 더 낮게 나타나기도 했어요. 그만큼 단열이 뛰어나서 몸의 열이 거의 밖으로 새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5.2. 잠수하는 몸
황제펭귄은 새 가운데 가장 깊고 오래 잠수하는 새예요. 보통은 수십~200m 깊이에서 몇 분씩 먹이를 찾지만, 500m가 넘는 깊이까지 내려간 기록과 20분을 훌쩍 넘겨 숨을 참은 기록이 있어요. 가장 긴 잠수는 30분 안팎으로 보고되었어요.
이런 잠수가 가능한 이유는 여러 가지예요. 뼈가 다른 새처럼 속이 빈 구조가 아니라 단단하고 무거워서 수압에 강하고 부력이 줄어들어요. 혈액과 근육에는 산소를 붙잡아 두는 헤모글로빈과 미오글로빈이 아주 많아요. 잠수 중에는 심장 박동이 크게 느려지고, 산소가 꼭 필요한 뇌와 심장 위주로 혈액을 보내요. 근육은 산소가 부족해도 일정 시간 버틸 수 있도록 적응되어 있어요.
6. 생태와 습성

Dargaud · CC BY-SA 4.0
황제펭귄의 1년은 바다얼음의 리듬에 맞춰 돌아가요. 남반구의 가을인 3~4월이 되면 바다에서 살을 찌운 어른들이 번식지로 모여들어요. 번식지는 바다 가장자리에서 수십에서 100km 넘게 떨어진 경우도 있어서, 배를 깔고 미끄러지는 '터보거닝'과 뒤뚱뒤뚱 걷기를 번갈아 하며 먼 길을 이동해요.
황제펭귄은 대부분의 펭귄과 달리 영역을 지키지 않아요. 둥지가 없으니 지킬 자리도 없고, 오히려 서로 가까이 붙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가장 유명한 행동은 '허들'이에요.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이 거세지면 수백에서 수천 마리가 빈틈없이 몸을 붙여 거대한 덩어리를 만들어요. 허들 안쪽의 온도는 영상 20도를 넘기도 해서, 바깥보다 수십 도나 따뜻해요. 안쪽은 너무 따뜻하고 바깥쪽은 너무 춥기 때문에, 허들 전체가 천천히 움직이며 바깥쪽 펭귄이 안쪽으로, 안쪽 펭귄이 바깥쪽으로 자리를 바꿔요. 연구자들은 이 움직임이 몇십 초마다 일어나는 아주 작은 걸음들이 모여 생기는 것이며, 특별한 지도자 없이도 무리 전체가 질서 있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밝혀냈어요.
번식이 끝난 여름에는 각자 바다로 흩어져 먹이를 먹고, 털갈이를 위해 다시 얼음 위에 올라와 몇 주간 굶으며 새 깃털이 자라기를 기다려요.
7. 먹이
황제펭귄은 남극해의 물고기, 크릴, 오징어를 먹어요. 지역과 계절에 따라 비율이 다르지만, 많은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먹이는 남극은암치(Antarctic silverfish)라는 작은 물고기예요. 남극크릴과 작은 오징어도 많이 먹어요.
사냥은 시각에 의존해요. 바닷속 깊은 곳은 어둡기 때문에, 황제펭귄의 눈은 어두운 곳에서도 잘 볼 수 있도록 적응되어 있어요. 먹잇감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며, 수면에서 들어오는 빛을 배경으로 실루엣을 찾아내 사냥하는 경우가 많아요. 부리 안쪽과 혀에는 뒤쪽을 향한 가시 같은 돌기가 있어서 미끄러운 물고기를 놓치지 않아요.
부모는 사냥한 먹이를 위에 저장했다가 번식지로 돌아와 반쯤 소화된 상태로 토해 새끼에게 먹여요. 짠 바닷물을 마시거나 먹이와 함께 삼키기도 하는데, 눈 위쪽에 있는 염분샘이 여분의 소금을 걸러 콧구멍으로 내보내요.
한 번 바다에 나가면 며칠에서 몇 주 동안 머물며 사냥하고, 하루에 수십에서 100번이 넘게 잠수하기도 해요.
8. 번식과 일생
황제펭귄의 번식은 동물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인내의 이야기예요.
8.1. 짝짓기와 산란
번식지에 도착한 수컷은 고개를 숙였다가 들며 트럼펫 같은 울음소리로 짝을 불러요. 황제펭귄은 한 번식기 동안은 한 짝과 지내지만, 해마다 같은 짝을 다시 만나는 비율은 다른 펭귄보다 낮은 편이에요. 번식지가 넓고 둥지라는 고정된 만남의 장소가 없기 때문으로 보여요.
짝을 이루고 몇 주 뒤인 5~6월, 암컷은 무게 약 450~500g짜리 알을 하나 낳아요. 알을 낳으면 바로 수컷에게 넘겨 주는데, 두 마리가 발을 맞대고 조심스럽게 알을 굴려 옮겨요. 이때 알이 얼음 위에 몇 초만 떨어져 있어도 얼어 버릴 수 있어서, 처음 번식하는 어린 부부는 실패하는 경우도 많아요. 알을 넘긴 암컷은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바다로 떠나요.
8.2. 아버지의 겨울
알을 받은 수컷은 발등 위에 알을 올리고, 배 아래쪽의 깃털 없는 주름진 피부(포란반)로 덮어 따뜻하게 지켜요. 포란 기간은 약 64~67일로, 남극의 가장 춥고 어두운 시기와 겹쳐요. 수컷들은 허들을 이루고 아주 천천히 움직이며 에너지를 아껴요.
번식지에 도착한 뒤부터 계산하면 수컷은 길게는 115일 안팎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지내요. 이 기간 동안 몸무게의 약 40%를 잃어요. 알이 부화했는데도 암컷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면, 수컷은 식도에서 분비되는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한 분비물을 새끼에게 먹여 며칠을 버티게 해요. 이를 펭귄 젖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8.3. 새끼 키우기
알이 부화할 무렵 암컷이 살이 오른 몸으로 돌아와요. 수많은 펭귄 사이에서 서로의 울음소리만으로 짝을 찾아내고, 이번에는 암컷이 새끼를 받아 발 위에 올리고 먹이를 토해 먹여요. 마침내 교대한 수컷은 수십 킬로미터를 걸어 바다로 돌아가 몇 주 만에 처음으로 먹이를 먹어요. 그 뒤로 부모는 번갈아 바다와 번식지를 오가며 새끼를 먹여요.
새끼가 7주쯤 자라면 부모의 발 위에서 내려와 다른 새끼들과 무리를 지어 지내요. 이를 탁아소라는 뜻의 '크레슈'라고 해요. 부모가 모두 사냥을 나가 있는 동안 새끼들은 크레슈에서 서로 몸을 붙여 추위를 견디고, 부모가 돌아오면 울음소리로 자기 새끼를 찾아 먹이를 줘요.
| 단계 | 시기(대략) | 특징 |
|---|---|---|
| 알 | 5~6월 산란, 약 64~67일 | 수컷이 발 위에서 품음 |
| 부화 | 7~8월 | 회색 솜털, 얼굴은 흰색과 검은색 |
| 부모 발 위 | 부화 후 약 7주 | 부모가 번갈아 품고 먹임 |
| 크레슈 | 9~11월 | 새끼끼리 무리 지어 지냄 |
| 털갈이와 독립 | 12~1월 | 방수 깃털로 바뀌고 바다로 나감 |
| 미성숙기 | 1~4년 | 바다를 떠돌며 생활 |
| 첫 번식 | 보통 3~6년 | 번식지로 돌아옴 |
새끼들은 부화 후 약 5개월이 지난 남반구의 한여름에 솜털을 벗고 방수 깃털로 갈아입은 뒤 바다로 떠나요. 이때 바다얼음이 깨지기 시작해 바다까지 거리가 가까워지고, 먹이도 가장 풍부해요. 첫해의 생존율은 낮은 편이어서, 바다로 나간 새끼 가운데 상당수가 첫 겨울을 넘기지 못해요.
야생에서의 평균 수명은 15~20년 정도로 알려져 있고, 더 오래 사는 개체도 있어요.
9. 지능·의사소통·특별한 능력
황제펭귄은 수천 마리가 모인 번식지에서 오직 소리로 짝과 새끼를 찾아내요. 황제펭귄의 울음소리는 두 개의 소리를 동시에 내는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는데, 새의 발성 기관인 울대(명관)의 양쪽을 따로 써서 서로 다른 높이의 소리를 겹쳐 내기 때문이에요. 이 두 소리가 맞부딪혀 생기는 '맥놀이' 무늬가 개체마다 달라서, 주변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자기 가족의 목소리를 정확히 구별할 수 있다고 해요. 둥지라는 고정된 장소가 있는 다른 펭귄들보다 황제펭귄의 목소리가 더 복잡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여겨져요.
황제펭귄은 자기 새끼를 잃은 어미가 다른 새끼를 훔쳐 데려가려는 행동도 관찰돼요. 때로는 여러 마리의 어미가 한 새끼를 두고 다투다 새끼가 다치기도 하고, 데려간 새끼를 곧 버리기도 해요. 강한 양육 본능이 엇나가는 사례로 해석돼요.
물속에서는 수면 위로 솟구칠 때 깃털 사이에 가둔 공기를 미세한 거품으로 내보내 몸 주위의 물 저항을 줄이고, 순간적으로 속도를 두세 배 높이기도 해요. 덕분에 바다표범을 피해 얼음 위로 높이 뛰어오를 수 있어요.
10. 천적과 생존
바다에서 황제펭귄을 노리는 가장 큰 천적은 표범물범(레오파드물범)과 범고래예요. 표범물범은 얼음 가장자리에 숨어 있다가 물에 뛰어드는 펭귄을 기습하고, 범고래는 더 먼 바다에서 펭귄을 사냥해요. 그래서 황제펭귄 무리는 얼음 가장자리에서 한참 망설이다가, 한 마리가 뛰어들면 우르르 함께 뛰어드는 경우가 많아요.
얼음 위의 어른 황제펭귄에게는 천적이 거의 없어요. 하지만 알과 새끼는 남방큰풀마갈매기와 도둑갈매기의 표적이 되기 쉬워요. 특히 크레슈 가장자리에 있거나 약해진 새끼가 주로 공격받아요.
사실 황제펭귄 새끼의 가장 큰 적은 날씨와 얼음이에요. 극심한 눈보라와 추위로 많은 새끼가 얼어 죽고, 바다얼음이 너무 일찍 깨지면 번식지 전체가 실패하기도 해요. 2016년 이후 남극 웨델해의 핼리만 번식지는 바다얼음이 잇따라 일찍 무너지면서 몇 해 연속 번식에 거의 실패했고, 많은 어른들이 다른 번식지로 옮겨 간 것으로 보고되었어요. 2022년에는 벨링스하우젠해의 여러 번식지에서 새끼들이 깃털이 다 자라기 전에 얼음이 녹아 대량으로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도 나왔어요.
11. 인간과의 관계
황제펭귄은 사람이 사는 곳과 멀리 떨어진 남극에 살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았어요. 18~19세기 탐험가와 바다표범 사냥꾼들이 남극 바다를 누비면서 처음 알려졌고, 20세기 초 영웅적인 남극 탐험 시대에 본격적으로 관찰되었어요.
특히 유명한 일화가 있어요. 1911년 영국 스콧 탐험대의 대원 세 명이 한겨울 극야 속에서 크로지어곶의 황제펭귄 번식지까지 수 주 동안 썰매를 끌고 가 알을 채집했어요. 당시 학자들은 펭귄의 배아가 새와 파충류 사이의 진화를 밝혀 줄 것이라 기대했어요. 영하 50~60도에 이르는 혹한 속에서 거의 죽을 고비를 넘긴 이 여정은, 대원 중 한 명인 앱슬리 체리개러드가 쓴 탐험기 『세계 최악의 여행』으로 남았어요. 그렇게 가져온 알은 결국 과학적으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도 아이러니로 회자돼요.
남극의 다른 펭귄과 달리 황제펭귄은 기름이나 고기를 얻기 위한 대규모 남획을 거의 겪지 않았어요. 번식지가 멀고 접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에요.
한국과의 인연도 있어요. 한국은 남극 킹조지섬에 세종과학기지(1988년)를, 로스해 연안 테라노바만에 장보고과학기지(2014년)를 운영하고 있어요. 장보고기지 주변에는 황제펭귄 번식지가 있어서, 극지연구소 연구팀이 드론과 위성, 위치 추적 장치로 황제펭귄의 개체 수와 이동, 먹이 활동을 조사하고 있어요. 로스해 지역은 2016년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기도 했어요.
12. 보전 현황
IUCN 적색목록에서 황제펭귄은 2012년 관심대상(LC)에서 준위협(NT)으로 한 단계 올라갔어요. 지금 당장은 개체 수가 많지만, 앞으로 기후변화로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최근에는 등급을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요.
개체 수는 위성 사진 분석으로 추정해요. 2009년 연구에서는 약 23만~24만 쌍으로 추정되었고, 2020년 무렵의 연구에서는 번식지가 더 발견되면서 약 25만~28만 쌍으로 추정되었어요. 어린 개체와 번식하지 않는 개체까지 합치면 전체 수는 50만 마리를 넘을 것으로 보여요. 다만 일부 지역에서는 최근 감소 추세가 확인되고 있어요.
가장 큰 위협은 기후변화로 인한 바다얼음의 변화예요.
- 바다얼음이 너무 일찍 깨지면 새끼가 깃털이 다 자라기 전에 물에 빠져요.
- 바다얼음이 너무 적으면 번식지 자체를 만들 곳이 사라져요.
- 반대로 얼음이 지나치게 넓으면 바다까지의 거리가 멀어져 먹이를 나르기 어려워요.
- 바다 온난화와 해빙 감소는 크릴과 남극은암치 같은 먹이에도 영향을 줘요.
기후 모델을 이용한 연구들은,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2100년 무렵까지 대부분의 번식지가 사실상 사라질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해요.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미국은 2022년 황제펭귄을 멸종위기종법상 위기 근접종(threatened)으로 지정했어요. 남극조약 체제 안에서도 황제펭귄을 특별보호종으로 지정하자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어요.
그 밖에 남극 크릴 어업이 먹이 경쟁을 일으킬 가능성, 관광객과 연구 활동으로 인한 방해도 고려해야 할 요인으로 꼽혀요. 한국 국내법상 따로 지정된 보호 등급은 없지만, 남극에서의 활동은 「남극활동 및 환경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남극 동식물을 포획하거나 방해하는 행위가 엄격히 규제돼요.
13. 동물원·수족관에서
황제펭귄은 세계적으로 사육하는 곳이 아주 적은 펭귄이에요. 펭귄을 전시하는 동물원과 수족관은 많지만, 대부분은 남아메리카나 아프리카의 온대 펭귄, 또는 젠투펭귄과 임금펭귄 같은 종이에요. 황제펭귄은 몸집이 크고, 남극에 가까운 낮은 온도와 넓은 수영 공간, 계절에 따라 바뀌는 빛의 길이까지 맞춰 줘야 해서 사육이 매우 까다로워요. 사육 상태에서 번식에 성공한 사례도 손에 꼽을 정도예요.
사육 시설에서는 남극의 낮과 밤 길이를 조명으로 재현하고, 공기와 물을 영하에 가깝게 유지하며, 곰팡이 감염 같은 호흡기 질병을 막기 위해 공기를 깨끗하게 관리해요. 이런 시설은 연구와 교육에 기여한다는 평가도 있지만, 수천 마리가 함께 움직이는 사회성 강한 동물을 소수만 좁은 공간에서 기르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윤리적 논쟁도 있어요.
최근에는 야생 개체를 새로 데려오기보다는 사육 개체의 건강 관리와 연구, 그리고 남극 현지 보전 활동 지원에 더 무게를 두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어요. 당연히 황제펭귄은 어떤 경우에도 개인이 기를 수 있는 동물이 아니에요.
14. 대중문화 속 황제펭귄
황제펭귄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것은 2005년 프랑스 다큐멘터리 영화 「펭귄: 위대한 모험」(원제 La Marche de l'empereur)이에요. 황제펭귄이 번식지까지 걸어가고, 수컷이 겨울 내내 알을 품는 과정을 담은 이 영화는 전 세계에서 큰 흥행을 거두고 이듬해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았어요. 2017년에는 속편도 나왔어요.
2006년 애니메이션 「해피 피트」는 노래 대신 탭댄스를 추는 황제펭귄 멈블의 이야기예요. 이 작품도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았고, 남극 어업과 환경 문제를 이야기 속에 담아냈어요. 영국 BBC의 자연 다큐멘터리 시리즈들도 허들과 바다표범 추격 장면 등 황제펭귄의 극적인 순간을 여러 번 보여 줬어요. 특히 한 다큐멘터리에서 촬영팀이 얼음 웅덩이에 갇힌 황제펭귄들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눈 비탈을 파 준 장면은, 자연 다큐멘터리 촬영의 개입 윤리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어요.
한국에서도 펭귄은 큰 사랑을 받아요. 어린이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의 뽀로로는 펭귄 캐릭터이고, EBS의 캐릭터 펭수는 남극에서 온 펭귄이라는 설정으로 2019년 무렵 큰 인기를 끌었어요. 두 캐릭터 모두 특정 종을 명확히 밝히지 않지만, 많은 사람이 남극 펭귄의 대표로 황제펭귄을 떠올려요.
그 밖에 리눅스 운영체제의 마스코트 턱스(Tux), 여러 아이스크림과 냉방 제품 광고, 남극 탐험을 기념하는 우표와 동전 등에도 황제펭귄의 모습이 자주 쓰여요. 프랑스령 남방 및 남극 지역, 영국령 남극 지역 등의 우표에는 황제펭귄이 단골로 등장해요.
15. 여담
- 황제펭귄 번식지의 배설물 얼룩은 위성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커서, 2009년 연구 이전까지 몰랐던 번식지 여러 곳이 우주에서 처음 발견되었어요.
- 황제펭귄 수컷이 긴 단식으로 잃는 체중은 10kg을 넘기도 해요. 사람으로 치면 몇 달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서서 지내는 셈이에요.
- 허들의 움직임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한 마리가 아주 작게 움직이면 파도처럼 그 움직임이 무리 전체로 퍼져 나간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교통 체증 연구와 비교되기도 해요.
- 황제펭귄은 눈을 먹어서 수분을 보충해요. 단식 중인 수컷에게는 눈이 거의 유일한 물이에요.
- 깃털이 다 자란 새끼가 처음 바다에 들어갈 때는 수영을 배운 적이 없어도 본능적으로 헤엄치고 잠수해요. 처음 몇 주는 얕은 곳에서 연습하듯 짧은 잠수를 반복해요.
- 황제펭귄 무리를 높은 곳에서 촬영하면 회색 새끼들이 모인 크레슈가 얼음 위에 회색 점처럼 보여서, 드론과 항공 촬영으로 새끼 수를 세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어요.
- 같은 큰펭귄속인 임금펭귄은 반대로 번식 주기가 14~16개월로 길어서, 한 쌍이 3년에 두 번만 새끼를 키워요. 큰 몸집의 펭귄들은 이렇게 번식에 오랜 시간이 걸려요.
야생동물은 반려동물이 아니에요. 포획·거래·사육은 대부분 법으로 금지되어 있고, 다친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지역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연락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황제펭귄과 임금펭귄은 어떻게 구별해요?
둘은 가장 가까운 친척이라 닮았지만, 황제펭귄이 더 크고 통통하며 귀 옆 무늬가 연한 노란색으로 넓게 번져 있어요. 임금펭귄은 날씬하고 귀 무늬가 선명한 주황색 쉼표 모양이에요. 새끼도 황제펭귄은 회색 바탕에 흰 얼굴, 임금펭귄은 온몸이 갈색 털이에요.
왜 하필 가장 추운 겨울에 번식해요?
새끼를 키우는 기간이 아주 길어서, 겨울에 알을 낳아야 새끼가 독립할 무렵 남극의 여름이 와 바다에 먹이가 풍부하고 얼음이 녹아 바다로 나가기 쉬워지기 때문이에요.
황제펭귄은 멸종 위기인가요?
IUCN 적색목록에서는 준위협(NT)이에요. 지금 숫자는 수십만 마리지만, 번식에 꼭 필요한 해빙이 줄어들면서 이번 세기 안에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가 많아 국제적으로 보호를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사진 출처
사진은 위키미디어 공용(Wikimedia Commons)의 자유 이용 허락 사진이에요. 각 사진의 작가와 라이선스는 아래와 같아요.
- Aptenodytes forsteri -Snow Hill Island, Antarctica -adults and juvenile-8.jpg — Ian Duffy from UK · CC BY 2.0
- 2007 Snow-Hill-Island Luyten-De-Hauwere-Emperor-Penguin-03.jpg — Denis Luyten · Public domain
- Fish8426 - Flickr - NOAA Photo Library.jpg — Credit: NOAA NMFS SWFSC Antarctic Marine Living Resources (AMLR) Program. · Public domain
- Giant petrel and emperor penguin chicks.jpg — Dargaud · CC BY-SA 4.0



